아이를 분노케 하지 말라 : 극단의 상징이 주는 힘! BBH의 은행광고
경제위기를 통해 가장 광고계에서 몸 사리고 있는 회사를 꼽으라면 단연 금융권일겁니다.
그것도 은행입지요. 자본시장법이 들어서면서 각 증권회사나 은행들은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꽤나 광고를 퍼부었어야 할 타이밍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무서워 금융권은 조심스럽게
광고를 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특히나 요즘 광고 중 가장 마음에 안들게 무디고 재미없는 광고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금융권일겁니다. 튀는 광고조차 하기도 힘들고 그저 규모의 얘기나 회사의 신뢰성에 대해 일방적인 maker voice를 남발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러던 차에 눈에 띄는 해외의 은행광고가 있어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내용인즉슨 이겁니다. 첫 번째 광고에서는 남자아이에게 실제 트럭을 주고 놀라고 해놓고는 시간 되었다고 뺏으면서 종이 트럭을 주곤 놀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분명 차 밑에 시간제한이 표시 되어 있다고 무책임하게 말하죠. 그때 아이의 표정 한번 보세요…정말 황당하기 이를 때 없는 표정이죠. 두번째 광고도 비슷한 포맷입니다. 두 명의 여자아이 중 한 명의 아이에게 ‘조랑말 좋아하니?’ 라고 물어보곤 그렇다고 하니까 장난감 조랑말을 줍니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여자아이에게도 똑같이 묻죠. 그때 진짜 조랑말을 줍니다. 장난감 조랑말만 덜렁 받은 아이가 억울해 하며 묻습니다. “나에겐 진짜 조랑말 가질 수 있다고 말 안했잖아요?”라고 묻자 “네가 물어보지 않았잖아?”라며 퉁명스럽게 아이에게 대꾸합니다. 그것도 어른이…그때 여자아이의 표정….
세번째도 비슷한 포맷이라 굳이 설명 안하겠습니다.
이 광고는 다른 은행들이 아이들을 속이는 것처럼 손님들을 속인다라는 것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다른 은행의 잘못된 행태를 아이들의 솔직한 반응을 통해 꼬집으면서, Ally bank는 다른 은행들처럼 고객을 우롱하는 짓을 하지 않는 은행이라고 말하려고 합니다.
이 광고의 미덕 중 하나를 꼽으라 한다면 단연코 아이들의 연출되지 않은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몰래카메라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서 가장 진실한(?) 가공되지 않은 혹은 연출되지 않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애들의 반응이야 말로 가장 정직하고 솔직한 반응인 것이고 아이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는 것은 정말 잘 못된 것이죠. 아이들이 봤을 때도 황당한 짓을 아이에게 하는 그런 어른(여기서는 다른 은행이겠죠)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소비자들은 은행에서 ‘나도 저렇게 당할 수 있겠구나’ 혹은 ‘저렇게 당하곤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될 겁니다. 그런 소비자들의 반응이 이 광고가 노린 기대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이 지금까지의 은행의 행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끔 한 이 광고 참 영리합니다.
무엇보다도 전 이 광고들을 보면서 대행사인 BBH가 정말 똑똑하단 생각을 해봅니다.
은행과 고객의 관계를 교묘한 어른과 순수한 아이(그래서 속임수를 잘 모르고 잘 속는)로 상정해 놓은 설정 자체가 참 영특하단 생각이 들게 합니다. 고객들은 정말 은행의 서비스나 약관 이런거 잘 보지도 않고 어디에 어떻게 붙어있는지도 잘 모르지요.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고개들은 속여먹기 딱 좋은 애나 다름없어 보이는 존재라고 해석한 것이죠. 가장 교묘한 자와 가장 순수한 자라고나 할까요? 그런 어른들이 애들을 속일 때의 애들의 반응은 정말 분노 그 자체인 거죠.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소비자들은 흡사 자신의 모습이라고 느끼게 될 겁니다. 자신과 광고의 아이와 감정이입이 되어서 은행에 대한 분노나 기분 나쁨은 더욱더 증폭되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광고 속의 아이와 하나가 되어 똑 같은 입장이 되는 거지요. 즉 이 광고의 플래너는(혹은 CD는) 은행과 고객이라는 대상들을 표현하기 위해 극단의 상징인 순수한 어린아이와 그 어린아이를 속여먹는 어른이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온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제가 아는 용어로는 High concept을 이용한 광고패턴이라고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즉 표현 하고자 하는 것들을 가장 잘 극명하게 대변할 수 있는 가장 극단의 상징물로 표현한 방법인겁니다.
또 한가지 이 광고의 비쥬얼을 보면 60년대의 미국의 TV세트가 생각이 납니다.
약간 Retro의 느낌의 비쥬얼 톤을 사용했습니다.
사실 BBH라는 회사를 보면 아무래도 아트디렉터 출신이 만든 회사라 그런지 비쥬얼로 승부했던 광고들이 참 많습니다. 리바이스의 캠페인이나, 아우디의 캠페인 등 비쥬얼이 중요시 되는 품목이 주요 클라이언트라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캠페인은 비쥬얼보다는 컨셉이나 아이디어를 잘 뽑아낸 캠페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여전히 심플한 비주얼을 통한 명쾌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여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