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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그림이나 몬드리안의 그 심플한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저 정도는 그리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물론 어렸을 때 그랬지요) 그런데 이 그림들이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듣기로는 단 한가지라고 합니다.

“남들이 하지 않은 것들을 처음 시도해서 그 길을 열었다는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누구도 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용기 있게 먼저 시작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거장이라고 하고 그들의 작품을 명작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왜 잘 하지도 못하는 서론을 이리도 했느냐면, 이번 칸느도 용기있는 광고에 그랑프리를 안겨주었기 때문이지요.
우선 Film부분 그랑프리작품을 감상하시지요. 좀 길지만 끝까지 잘 감상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실 이 광고의 소재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스탑모션이란 장치도 그렇고…그렇게 신선해 보이지도 않고 새로워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 광고만 본다면 딱히 상을 줄 만한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이 광고가 그랑프리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인터넷” 그리고 “Interactive”라고 생각합니다. 21:9라는 영화관 비율을 시청자들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했을 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상영된 컨텐츠와 Interactive하게(장면의 앞뒤를 왔다갔다 한다던지 BGM을 원하는데로 바꾼다던지 하는)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험을 제공했던게 아마도 상을 받게 된 원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결국엔 컨텐츠의 질이 무척 중요하긴 하지만, 확실히 칸느는 이번에도 작년의 캐드베리처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광고에 그랑프리 사자를 안겨주었네요. 확실히 이런 칸느의 성향은 미래 광고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를 시사하는 거여서 점점 광고인들이 인터넷을 좋은 광고의 플랫폼으로 머릿속에서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이번에 칸느의 결과를 보면서 참 기분이 언짢았던 부분이 있었는데, ‘왜 일본은 저렇게 상을 많이 받는데 우리는 못 받은 걸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일본은 이번 칸느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고 해도 될 만큼 괄목한 성적을 이뤘습니다. 작년에 인도가 판을 치던 흐름이 일본으로 건너간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더 열받는 것은 일본이 제출한 작품의 아이디어인데요. 우리가 항상 일본 하면 “돈이 많으니까 저런 캠페인들을 하지”라고 핑계를 삼아왔는데 이번에 일본이 Media부문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Kit Kat의 캠페인은 돈과 무관한 아이디어 하나로 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더 약이 오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우리도 조금만 용기를 내서 아이디어를 내고 광고주를 설득할 수 있다면 이런 캠페인은 우리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저 자신과 우리나라 광고계가 조금 답답하구나란 생각이 드는 캠페인이었습니다.


일본은 비단 미디어 부분에서만 상을 받은게 아니라 칸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Film부문에서도 Gold Lion을 차지하면서 광고에 있어서 만은 아시아의 맹주임을 전세계에 알렸습니다.


(배경음악의 주인공은 그 유명한 류이치 사카모토입니다)

이 광고를 처음 봤을 때 무릎을 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콘돔광고로 이렇게 설레게도 만드는 게 크리에이티브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이런식의 감성적인 광고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잘 만들 수 없는 감성이란 생각이 듭니다.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도 칸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려면 이런식의 어프로치가 필요한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저 냉냉하고 힘아리 없는 일본사람들도 이런 감성을 뽑아내는데 겨울연가로 전 일본열도를 울려버린 (아니 일본아줌마들을) 우리나라 크리에이터들의 감성이라면 분명 전세계를 감동의 도가니탕으로 빠뜨릴 수 있는 광고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칸느의 수상작중 반드시 수상 하리라 생각했던 유일한 캠페인은 바로 오바마 선거캠페인이었습니다. 오바마의 캠페인의 위력이 어땠는지는 제가 미국에서 실감했던 터라 이 캠페인이 상을 받을것에 대해 의심치 않았습니다.


수많은 캠페인과 광고가 칸느에 출품되는데 그 핵심은 크리에이티브이기도 하지만, 칸느가 절대간과하지 않는 부분은 Output입니다. 캠페인을 통해 어떤 결과를 도출 했는지를 굉장히 중요한 수상요건으로 삼고 있는 것이죠. 그런면에서만 봐도 오바마라는 의회에 들어간지 3년밖에 안된 초선의원을 그것도 흑인에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을, 힐러리와 매케인이라는 미국의 정치하면 떠오르는 양대 산맥을 꺾은 힘은 유권자의 참여를 유도했던 오바마의 캠페인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바마의 선거 캠프기간동안의 일들을 돌이켜 보면 선거라기 보단 축제였던것 같습니다. 오바마의 홈페이지에가서 이런저런 소식과 그의 연설을 보기도 하고 제가 다니던 학교에 왔을 때는 무려 5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고, 오바마의 얼굴이 있는 티셔츠는 불이 나게 팔리기도 했구요. 정작 저란 사람은 이방인이었는데도 그들의 선거에 이리도 열심인걸 보면 오바마 캠페인의 힘이 엄청났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캠페인에 어찌 상을 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번 칸느를 저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협한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확실히 이번에도 칸느는 온라인을 사랑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Traditional한 매체만으로는 칸느의 상을 받을 수 없단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칸느가 계속해서 Internet과 결혼하라고 등 떠미는 것은 아마도 인터넷이란 놈과의 결혼이 장미빛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단 확신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변에 인터넷기반의 광고캠페인이 앞으로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들 많이 얘기합니다. 그런데 정작 실행하려고 하면 많은 이들이 그 매체의 힘에 대해 반신반의 하고 아직은 자신없어 합니다. 물론 광고주들도 그렇구요. 그 중심에는 온라인 Process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광고대행사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돈이 되지 않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 Loss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겁니다. 그건 다분히 광고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의 관점이지요. 그러나 실행을 하고 캠페인을 만드는 저 같은 사람들은 기회가 생길때마다 온라인과 결합된 캠페인을 구상하고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앞으로 실력을 가늠할 것이고 좋은 캠페인을 만들 수 있는 자격요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자꾸 시도해보고 노력해보는것이야 말로 돈 안내고 배우는 살아있는 교육이 아닌가 싶습니다.
칸느는 자꾸 우리에게 인터넷을 알아보고 만나서 결혼하라고 그럽니다. 이제 마음을 열고 인터넷과 작은 데이트를 시도해보라고 자꾸 옆구리 쿡쿡 찌르는 칸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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