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외의 가족, 일본 모바일 광고계를 점령하다 |
소프트뱅크 모바일은 2006년 보다폰 일본 법인을 소프트뱅크가 인수함과
동시에 그 해 10월 ‘소프트뱅크 모바일 주식회사(ソフトバンクモバイル株式會社)’로 사명을 개명함으로써 시작되었다.
50%대의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진 NTT도코모와 20%대의 KDDI의 au, 그 다음으로 시장점유율 10%대의 3위
모바일 업체였던 소프트뱅크에겐 경쟁사들과는 차별화되고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이 필요했다. 그 전략의 선봉에 나섰던 것이 바로
‘화이트 플랜’이라는 요금제였다.
새벽 1시부터 익일 밤 9시까지 약 20시간동안은 소프트뱅크 가입자간의 통화료가 무료이고, 또한 ‘화이트 가족24’ 요금제의
경우는 가족끼리의 통화가 24시간동안 무료인 당시로써는 매우 파격적인 요금제를 선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서두에서 언급한
독특한 CM이 소프트 뱅크의 파격적인 요금제의 마케팅 선봉장으로써 나섰던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사사키 히로시’씨의 말에 의하면 ‘WILD IDEA'라는
프레이즈로 ON AIR되었던 첫 CM이 클라이언트인 손정의씨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단발에 그친 뒤, CM의 대사
중에 나왔던 '예상외(予想外)'라는 프레이즈가 클라이언트의 마음에 들었고, 거기서부터 발전된 것이 바로 이
’예상외의
가족(予想外な家族)‘이라는 설정이라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정말 예상외의 아이디어로부터 예상외의 CM이 나오게 되었고, 예상외의 전개로 큰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실제로 개를 이용한 촬영에다가, 클라이언트인 손정의 회장의 주문이 쏟아지기 때문에 주인공인 ‘아버지’ 개의 영상을 많이
찍어두던지, 이전에 사용했던 영상을 다시 쓰는 등의 고육지책까지 쓰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공격적으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CM의 효과는 점유율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순위의 변동까지는 아니지만
2007년 5월부터 2009년 현재까지 소프트 뱅크의 가입자 증가수가 1위로 나타나고 있으며, 실제로 NTT도코모 가입자의
감소분이 소프트뱅크로 유입되고 있다는 ‘도코모 감소분=소프트뱅크 증가분’의 등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에는
요금제 이외에도 ‘아이폰’ 발매와 법인에 대한 대규모 무료대여 등의 여러 가지 마케팅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YAHOO'와의 서비스 연계 등의 여러 가지 이점들도 활용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이 CM에 등장하는 개의 상징성은 몇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일단 ‘화이트 플랜’라는 이미지에 걸맞는 동물로써
흰 색의 개를 선택했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개’가 가진 ‘순종’과 ‘충실함’의 상징성이
소비자로
하여금 신뢰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호학적인 부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여자, 아기, 동물’이 등장하면 망하지 않는다는 속설처럼 ‘개’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 이상한 가족의 CM은 시작된
이래로 일본CM종합연구소의 랭킹리서치(
http://www.cmdb.jp/ranking/)에서
꾸준히 호감도 부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와 독창성을 추구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
전통적으로 가부장적인 사회인 동양권에서 아버지를 ‘개’로 묘사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위에 언급한 ‘순종’과 ‘충성심’의 상징으로써의 ‘개’와 현대 사회의 ‘아버지’의
연관성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80년대 고도경제성장으로 엄청난 경제 규모의 팽창을 이뤄냈지만, 90년대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가정이 무너지고, 가부장적인 사회구조가 붕괴되었다. 그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가정
안에서의 아버지의 지위가 약화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여기서 우직하게 가정을 위해 일해왔던 가장들에 대한 연민의
이데올로기가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연민의 이데올로기는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정서의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90년대에 IMF 금융구제로
인해 일본 버블경제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가정의 붕괴와 가부장적 사회구조의 약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아버지’라는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바로 이러한 변화된 이데올로기의 반증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그저 독특하고 예측불허의 설정으로 시작된 이 캠페인CM은 2년여동안 약 60여편 시리즈로 진행되면서 각
타켓층을 대변하는 가족들의 캐릭터 개성을 확고히 살림과 동시에 가족의 가치와 이념을 무겁지 않게 삽입함으로써 일본
광고계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학생 할인과 같은 새로운 요금제와 ‘아버지’ 개의 핸드폰 스트랩 증정과 같은 이벤트로 소비자들의 새로운 니즈에 발맞추어가면서도,
사실 인형에 가까운 큰 스트랩을 선보이면서 ‘예상외’라는 컨셉을 놓치지 않는 기발함도 보여준다.
해마다 캠페인이 새롭게 바뀌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캐치프레이즈 중심의 컨셉 일변도의 국내 광고계를 한번 되돌아 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소프트뱅크도 좀 더 새롭고 공격적인 CM을 준비하고 있다. 8월 1일 오후 6시 59분에 전국 120여개의
방송국에 이례적으로 60초간 동시 방영된 CM이 바로 그 신호탄이다. 모델은 일본에서 모든 연령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그룹 ‘SMAP’.
사실 멤버 각자가 하나의 기업의 CM모델을 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룹 전체가 이렇게 대규모의 CM에
다같이 나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브래드 피트나 카메론 디아즈와 같은 외국 빅모델을
기용했던 것과는 달리 국민적인 인기의 그룹을 모델로 기용,
‘SMAP→SoftBank’라는
간단명료하면서도 ‘SMAP’이라는 독보적인 브랜드를 ‘SoftBank’와 동일화하는 공격적인 캐치프레이즈까지 내걸었다.
마치 소비자들의 대이동을 암시함과 동시에 놓치지 않는 ‘아버지’개의 이미지까지…앞으로 소프트뱅크 모바일이 어떤 행보를
걸을지 기대해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