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에 나오는 여느 광고를 봐도 다 그게 그거다 싶고, 감흥도 없이 몇 주가 흐른 11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중국음식을 올려놓을 신문지를 찾던 도중 빳빳한 새 신문 뭉치가 손에 잡혔다. 새 신문이기에 헤드라인이라도 훑어봐야겠단 생각에 쫙 펼쳤더니, 웅장하면서도 근엄한 분위기의 전면광고가 있었다. 처음엔 ‘광고 참 크게도 한다’ 라고 피식 웃어넘기려다가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 멍하니 선 채로 몇 초를 보냈다.
시조! 그렇다! 주로 매란국죽, 산수화 등과 같은 동양화와 곁들여져 있는 전통시화의 모습이었다. ‘다르네~!’라는 탄성이 작은 소리가 되어 목구멍에 걸렸다. 지체하지 않고 오른편 첫 번째 세로줄을 읽기 위해 눈을 돌리는데 ‘미래와 경쟁할 것이다.’라는 두 번째 세로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오호! 멋진데~’ 라는 기대감이 얼른 다시 첫 째 열로 향하게 했다. ‘세상 어떤 차와도 경쟁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와 경쟁할 것이다.’ 친환경을 지향하는 k7의 메인카피다. 스카이 듀퐁폰 tv광고 때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심장을 두드리고 뇌에 불을 켜기 시작했다.
식탁에 전면광고를 내려놓고 17줄짜리 세로로 된 글귀들을 노트에 가로줄로 바꿔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세로로 정렬된 글귀를 읽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광고를 만든 사람들의 식상하지 않은 아이디어에 감동을 받아 시조 한 편을 베낀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힘차게 꾹꾹 눌러썼다.
1 자동으로 반응하는 아웃사이드미러 오토언폴딩 시스템
2 최적의 편안함을 찾아주는 운전석 전동식 익스텐션시트
3 쾌적한 드라이빙을 약속하는 운전석 동승석 통풍시트
4 깊고 은은하게 빛나는 led 간접조명 포지션램프
5 혹시 모를 위협까지 방어해주는 차선이탈 경보시스템
6 까다로운 주차를 도와주는 후방주차가이드 시스템
7 입체적으로 탑승차를 보호해주는 8에어백 시스템
8 자동으로 김서림을 막아주는 오토디포그 시스템
9 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웰컴&굿바이 사운드
10 주인을 알아보고 빛으로 반응하는 웰컴라이트
11 운전자의 기분전환까지 도와주는 대형실내등
12 원터치로 시동을 거는 버튼시동 스마트키
13 시야의 사각을 없앤 전후방 카메라
14 잡는 순간 언 손을 녹여주는 열선스티어링 윌
15 하늘 전부를 보여주는 3피스타입 파노라마 선루프
16 승차감을 극대화시키는 asd[진폭감응형 댐퍼]
17 조종안정성을 지켜주는 ecs[전자제어서스펜션]
이 수많은 편의사양들 중에서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들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잡는 순간 언 손을 녹인다는 14번째 열의 ‘열선 스티어링 윌’에 그만 마음이 녹아 컴퓨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시동을 켰다.
k7의 tv광고를 보기위해 tvcf 싸이트를 검색하다가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대행사가 지난 번 광고논평 대상이었던 스카이 듀퐁폰과 같은 대행사였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난감함을 느끼고 다른 광고로 바꿀까 고민을 했으나 ‘feel'을 준 광고인들에게 솔직하게 내 느낌을 표현하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싶어서 밀고 나가기로 했다.
블랙편과 와이트편 중에서 먼저 블랙편을 동영상으로 느껴보았다. ‘세상 어떤 차도 k7과 경쟁할 수 없다. k7이 최고니까! ’ 라고 하듯이 매력적인 준대형 세단 k7은 구름과 맞닿아 있었다. 보는 이가 납작 엎드려서 주상전하를 맞이하듯이 올려보는 시선의 느낌으로 카메라 앵글을 잡아 놓았다. 그 한 장면과 그것에 어우러진 전통시조같은 홍보글들은 순식간에 지나가 한 줄도 읽을 순 없지만, 시청자가 알아서 신문광고와 인터넷 홈페이지를 관심을 갖고 읽도록 유도할 것 같다. 있어 보이니까! 한편 와이트편도 갈매기와 흰구름과 k7의 새하얗고 웅장한 세련미가 바다의 푸르름과 어우러지며 무난하게 블랙편의 탄력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었다.
광고 검색 후, k7에 관한 인터넷기사들과 인터넷홈페이지를 검색하던 중 최근 들어 친환경운동에 관심이 급증한 필자는 행복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k7이 국내 동급 차량 최초로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탄소성적표지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관하며 제품의 생산, 사용,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해 제품의 친환경성을 인증하는 제도이다.
k7은 엔진효율 향상, 친환경 타이어 장착, 차체 경량화 등의 탄소감축 활동을 통해 동급 경쟁차보다 약 1.2t의 탄소발자국을 감축했다고 한다. 그것은 30년생 소나무 100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탄소량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번 k7의 탄소성적표지 인증 획득은 기아차가 5년여간 친환경적 자동차 생산과정을 구축한 결과이다.
이 번 블랙편과 와이트편에서는 친환경자동차임을 암시하는 어떤 카피도 보이지 않았고, 다음 번 시리즈에 친환경을 표시하는 카피를 만들 건 아니건 간에, 질 높은 광고와 효과적인 마케팅 등으로 예비 소비자를 자신들의 집인 홈페이지의 문을 두드려 친환경이라는 제 2의 감동까지 느끼게 해준 광고인들에게 깊은 공감을 전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