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라 - 일본 CF의 빅모델 기용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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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에서 모델의 존재는 두말할 나위 없을만큼 중요하다.
광고의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서 정보원의
역할을 하는 모델은 광고예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광고의 파급효과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뛰어난 외모와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이 광고에 등장함으로써 모델의 이미지와 제품의 연합은 물론, 그를 통해서 경쟁
제품들 사이에서 해당 브랜드가 변별력을 가지는 효과를 얻는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의 후광 효과(Halo effect)를
이용한 광고는 모델의 이미지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가려서 정작 광고의 효과를 얻지 못하는 리스크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빅모델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한국과 일본의 CF에서는 모델의 중복 출연, 혹은 모델과 BGM이 브랜드를 가려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 일본 CF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은 빅모델들이 다수 등장하되, 브랜드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하반기 화제가 되고 있는 시세이도의 스프레이형
왁스 ‘우노(uno)’의 ‘포그바(FOG BAR)’의 CF가 그 예중 하나이다.
츠마부키 사토시, 오구리 슌, 에이타, 미우라 하루마라는 일본 최고의 남자배우들을 모델로 기용한 것만으로도 이미 큰 화제를
모은 이 CF의 특징은 모델들의 대사가 ‘슛’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굳히지않고 정리한다’라는 CF의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슛’이라는 스프레이형 왁스의 특징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60년대 영국의 비틀즈를 연상시키는 듯한
컨셉의 의상과 BGM은 물론, 발랄하고 트렌디한 상황 설정이 왁스를 주로 사용하는 젊은 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일 먼저 눈에 띄고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빅모델들을 다수 기용한 점일
것이다. 일본드라마나 영화를 접한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낯익음직한 이 CF의 4명의 모델들은 한명 한명이 프라임타임의
드라마나 영화의 간판급 주연으로 출연할만큼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들이다.
시세이도가 이러한 빅모델 전략으로 신제품을 내놓은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바로 엄청난 확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광고가 나오기 전부터 일본 패션잡지 표지에 이들 4명이 다같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도쿄 록본기에서 대대적인 미디어 이벤트가 열렸으며, 저녁시간 TV버라이어티에 CF의 패션컨셉 그대로 4명이
출연하여 자신들이 출연하고 있는 제품을 그대로 노출시키기도 하였다. 방송에서의 홍보활동이 우리나라처럼 제한되어 있지 않은
일본이기에 지상파 토크쇼 자체가 우노 포그바의 프로모션 장소로 일순간에 변해버린 것이다. 이러한 모델들은 전면에 내세운
활동들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우노 포그바의 제품브랜드가 빠르게 포지셔닝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판매시작 3주만에 계획대비
2배의 230만개의 제품을 출하함으로써 ‘닛케이 트렌디’가 발표한 2009년 히트상품에서 7위에 선정된 것은 이러한 전략적인
측면이 큰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빅모델 전략을 내세운
두번째 이유로는 경쟁사인 MANDOM의 개츠비 왁스에 대항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일본 5위 화장품 업체인 MANDOM의 개츠비 왁스는 ‘무빙 러버’라는 제품 발매와 함께 일본
최고의 배우, 기무라 타쿠야를 모델로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사실상 일본에서 기무라 타쿠야에게 대항할만한 이미지를 가진 남성모델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한 기무라 타쿠야의
일본 NO.1의 패셔너블하고 카리스마있는 이미지를 상쇄시키기위한 대안으로 4명의 젊고 트렌디한 탑클래스 배우들을 모델로
내세우는 전략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또한 경쟁사의 개츠비에 정면 승부를 하기 위해 개츠비와 마찬가지로 기능별로 패키지 색깔을 구별하고, 패키지 디자인도 심플하게
하는 등의 시세이도의 전략은 일단 들어맞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사요나라 WAX(잘가 WAX)’라는 CF의 캐치프레이즈는
개츠비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고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물론 시세이도의 도전적인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일본 CM종합연구소의
CM호감도 조사에서, ‘CM이 제품에 끌리는 큰 요인이 되었다’ 랭킹에서 9월에 1위, 10월 2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이 CF의 힘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모델과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그리고 소비자들이 제품을 받아들이는
과정의 삼박자가 잘 맞는다면 CF으로써의 역할은 충분히 수행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LGT의
OZ가 인기있는 젊은 모델들을 다수 기용하여 캠페인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과거 지오다노나 서울우유 등에서 빅모델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화제가 되었던 사례가 있다. 하지만 빅모델들을 다수 기용한다고 해서 CF로써 큰 효과를 낸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크리이에티브의 결여된 CF나 모델이 제품의 이미지를 가려버리는 CF는
단순히 이미지로써 소모되고 끝나기 버리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조금은 예외의 경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본의 광고가 있다. 작년 시세이도가 ‘츠바키’라는 샴푸를 발매하면서
마치 일본에서 화장품CF에 출연할 수 있는 모델들은 전부 출연시켜볼려고 작정한 듯한 엄청난 마케팅을 선보였던 적이 있다.
CF는 물론이거니와, 신주쿠와 같은 큰 역의 옥외광고판에 일본 최고의 여배우들이 츠바키의 이름을 걸고 줄줄이 서있는 광고가
걸리는 등 대대적인 프로모션이 진행되었다. 마치 ‘오션즈 일레븐’이나 ‘놈,놈,놈’의 캐스팅을 처음 접했던 기분이 들었다.
이 광고를 본 일본 젊은 여성들이 받은 인상은 더 컸으리라고 본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전지현, 이나영, 김태희, 임수정,
이효리, 고아라 등과 같은 레벨의 모델들이 한 제품의 광고에 한꺼번에 출연했으니 말이다. 이 정도라면 크리에이티브를 떠나서
모델과 물량, 이미지만으로 단번에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켜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시세이도정도의 일본 최고 화장품 회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사의 수십년간의 광고를 DVD로 발매할 정도로
역사와 노하우를 가진 회사는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다음 편에는 일본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제품 중 하나인 캔커피와 음료관련 CF를 통해서 좀 더 모델과 CF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