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엄마, 그 뭐라 했어?’ ‘맞다! 게보린’ 80년대 방영됐던 광고이다. 이제껏 이십년이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제약광고 대표광고 중의 하나이다. 제약광고라 하면 우리나라에 광고가 차츰 자리잡던 1세대 시절 굵직한 자리를 차지하던 주인공이다. 특히 60~70년대 제약광고를 빼고 한국 광고사를 논하는 것은 신중현 분을 빼고 역대 록계보를 읊는 것과 다를바 없다. 1974년 10대 광고주 중 제약회사가 넷-동아제약, 유한양행, 종근당, 한독약품-이나 됨은 이를 잘 말해준다. 지금의 삼성, LG, 현대차 등 대기업의 자리를 당시에는 제약회사가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약광고를 제작사 입장에선 어떻게 생각할까? 흔히들 첫마디부터 어렵다고 한다. 중장년층의 빅모델이 등장하거나 전개방식 등의 공식이 다소 정형화되어 있다는 기존의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특성상 모양이나 색채 등을 바꾸는 데 제한이 있기 때문에 브랜드네임을 기억시키는 것이 제약광고 ‘제 1의 의도’로 여겨진다. 그래서 유독 제품이름을 외치고 또 외치는 건지도 모른다. 한국제약협회 ‘의약품광고 사전심의법’ 으로 인한 표현의 제약과 이성소구로 대표되는 카테고리 속성상 제약광고는 쉽사리 변할 수 없었던 불가의 영역이었다. 특히나 제약광고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인식’이 무엇보다 가장 큰 제약이었다. 그랬던 제약광고가 최근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고착화된 틀을 벗어나 신세계 곳곳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껏 배만 탔다면 이제는 비행기를 타지 않나, 다른 경로로 가질 않나 싶다. 자연스레 제약광고들이 점점 시선을 끌고 있다.


일단 예전 지나왔던 길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80년대, 앞서 얘기했던 삼진제약 ‘게보린’은 ‘맞다! 게보린’ 으로 시작해서 ‘한국인의 두통약’으로까지 진화과정을 거쳤다. 철저한 이성소구와 일관성있는 카피로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제약광고들이 이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90년대에 돌입하여 하나의 센세이션이 일어난다. 인간문화재 명창 박동진 선생의 판소리를 광고에 등장시킨 것이다. 바로 솔표 우황청심원 광고이다. 당시 ‘제비 몰러 나간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카피는 단순히 광고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메시지로 승화될 정도였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은 중장년층의 신뢰감있는 모델이 제품을 설명하는 류의 광고들이었다. 대표적으로 대웅제약의 간장약 ‘우루사’가 ‘피로야 가라’라는 카피와 백일섭이라는 모델로 오랜 시간 방영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침내 2000년대, 제약광고에 감성코트가 입혀진다. 타이레놀 광고는 ‘당신이 머리 아픈 건 남보다 더 열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라는 카피로 두통을 새롭게 재해석한다. 두통이라는 부정적 현상을 하나의 긍정적 신호로 바꿔낸 것이다. 이는 타이레놀이라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더 젊게 인식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바야흐로 유머, 아트와 결합된 광고까지 등장하면서 또 다시 새로운 옷들이 입혀지고 있다. 항상 깔끔한 검정 수트를 입어왔다면 이제는 다양한 복장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 가운데 하나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이용해 아트와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는 종근당의 펜잘이다. 이미 이전에 우황청심원이 뭉크의 <절규>를 광고에 사용한 바 있지만 제품박스에까지 작품을 입힌다는 것은 새로 시도되는 바이다. 이 외에도 클림트전을 후원하는 등 제약광고에서 보기 드문 아트마케팅 전략으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시도로는 새로운 메시지 접근으로 젊은 고객층에 어필하고 있는 동화약품 까스활명수와 유머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부루펜, 후시딘광고가 있다. 최근 3달집행 광고 종합순위 2위 부루펜, 16위 후시딘(TVCF 2009. 7. 11기준). 무수히 쏟아지는 광고 속에 이 결과만 놓고 봐도 그 인기와 호응도를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광고가 기존의 단정한 수트 같은 느낌이 아니라 톡톡 튀는 캐쥬얼 느낌의 ‘제약광고’라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마치 풍기단속이라 하여 복장에 대한 사회적 제약이 많았던 60년대, 최초로 파격적인 미니스커트를 선보여 유행시켰던 윤복희 분의 시도를 연상케 한다. 최근 벗겨지고 있는 제약들, 그리고 새로 입혀지고 있는 옷들. 그 변화의 움직임과 의도를 샅샅이 파헤쳐보자.


마시는 소화제 까스활명수 하면 먼저 부채표가 떠오른다. ‘부채표가 없는 것은 활명수가 아닙니다’라는 부채표 캠페인으로 ‘활명수=부채표=오리지널’ 공식을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데 성공, 동화약품만의 독자적인 활명수 브랜드를 키워올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새로운 광고캠페인을 시작한다. ‘구한말 왕들도 마시는 소화제’, ‘111년이나 된 소화제’ ‘독립운동 자금을 대던 소화제’ 이렇게 세 개의 공으로 history마케팅을 전개시킨다. 하지만 이는 ‘나이 드신 분들이 찾는 소화제’라는 낡은 브랜드이미지을 젊게 refresh 하려는데, 자칫하면 더 낡아 보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시작부터 아예 달리 접근한다. ‘우린 태어나서 단 한번도 까스활명수를 마셔본 적이 없다.’ 새로운 접근을 위해 아예 출발지점을 달리 한 것이다. 이 역발상카피를 무기로 젊은 소비자층의 주목과 공감을 사는데 성공한다. ‘먹어보진 않았지만, 앞으로 먹어도 괜찮을, 먹어보고 싶은’ 이미지로 재탄생한 것이다. 박카스가 ‘젊음의 역동성’을 꺼내들었다면 활명수의 선택은 ‘젊음의 공감’이었다. 다음은 까스활명수 광고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다.


:::평가분석 그래프:::

그래프를 보면 10대, 20대 젊은층의 비교적 높은 반응을 볼 수 있다. 제품구매도 역시 주목도만큼 높이 나타나 제품에 대한 잠재구매력 확장이 기대된다. 젊은 소비자층과의 소통고리 개척이 광고의 의도였다면 충분히 달성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111년, 구한말왕, 독립운동’이라는 세개의 공이 먹혀들었는지 제품이 뚜렷하게 인식되고 있다. 여기서 또 주목할 점은 주 타겟층의 하나인 40대의 반응 역시 높다는 것이다. 이는 그들 세대 역시 젊어지려는 111살 활명수의 변신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후시딘이다. ‘무플편’과 ‘아내편’ 두 가지 시리즈가 있는데 제품명 일부를 활용한 ‘상처엔 후~후시딘’이라는 카피와 결합하여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또 드라마에나 있을 법한 것이 아닌 일상에서 누구나가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스토리는 공감있게 다가온다. 여기서 또 주목할 것은 ‘상처’라는 의미의 재해석이다. 기존 타이레놀에서 두통을 열정으로 해석했듯이 ‘마음의 상처도 상처다’라는 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것이다. 후시딘은 마음의 상처까지 치료해주는 치료제인 것이다. 여기서 광고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예전처럼 제품명을 외치고 외쳐대지도 않는다. 이미 시장의 리딩브랜드이자 제약시장의 스테디셀러인 후시딘을 모두 알기에 굳이 다 아는 속성을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기존의 넘어져 우는 아이와 그 엄마, 치료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아도 이미 충분한 설명을 들려주고 있다. 이번 광고에는 소비자의 언어로 연결고리를 확장시켰다는 데 ‘새 옷’을 부여할 수 있다.


:::평가분석 그래프:::

:::평가분석 그래프:::

광고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면 여성에 대한 반응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마음의 상처’라는 메시지코드가 심리적으로 더 섬세한 여성에게 어필했다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또 40대에 대한 광고독창성과 제품구매도 부분이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주부편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이 브랜드를 회춘시키는 광고를 한다고 기존의 올드타겟을 반드시 잃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불황 땐 유머광고와 따뜻한 휴먼광고가 인기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 사람, 가족 등의 인간미를 그려낸 휴먼광고가 대세였다면 최근에 넘쳐나고 있는 것은 뮤지컬형식의 활기찬 song애드와 단순화된 유머광고, 이렇게 두 줄기이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부루펜이다. 시대를 주름잡고 있는 ‘SHOW’, ‘QOOK’광고와 같은 맥락의 코드이면서 그에 비해봐도 손색이 없다. 어린이 발열을 색다른 시선으로 그려내는데 제약광고이기에 오히려 더 신선하다. 아기와 동물이라는 광고 속 영원한 불패아이템에 반전장치까지 장착시켜 20초에 담아낸다. 이를 신발장 스타, 하영웅 군과 동생을 마치 ucc인 것처럼 보이도록 의도하여 화면에 담아낸다. 그리고 ‘아이는 쉽게 뜨거워진다’ 라는 카피로 해열제 제품과 연결짓는다. 이 역시 타이레놀, 후시딘으로 이어지는 아픔의 재해석 시리즈 연장선이다. 또 모델과 ucc frame의 사용은 최근의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평가분석 그래프:::

:::평가분석 그래프:::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면 전연령층에 걸친 고른 반응을 볼 수 있다. 남녀를 비교하자면 여성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높아 ‘미녀는 남성을 붙들고, 아기는 여성을 붙든다’라는 정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제품구매도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어린이 발열제 시장에 브랜드가 많지 않은 양분의 시장이라 높은 주목과 제품명확도 만으로도 매출액과 M/S의 신장이 기대된다.

회춘하는 제약광고 이들 광고를 해석해보자면 공통점을 찾아 볼 수 있다. 기존의 부정적 개념을 ‘제 3의 시선으로 재해석하기’, 그리고 또 하나가 스토리텔링을 통한 ‘일상의 공감’, 이렇게 두 가지이다. 그렇다면 왜일까? 왜 수십 년간 거의 공식처럼 다뤄져 왔던 제약광고가 이런 변화를 꾀하고 있는 걸까? 이는 더 젊어 지고픈 ‘동안심리’에서 비롯된다. 대부분의 제약기업은 회춘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안이 필요하다. 어린 얼굴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다. 젊은 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고리를 가지라는 의미이다. 예전에 장년의 모델이 나와 연륜과 신뢰를 강조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아이템이나 코드로 잠재고객층인 젊은 세대에게 어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기 위해 시선을 끌어야 하고, 다르게 말해야 하고, 단순해야 한다. 그래서 ucc를 붙이고, 감성코트를 입고, 스토리카펫을 까는 것이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유머광고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유머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강력한 무기임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한다. 또한 제약광고는 기업의 PR효과가 되기 때문에 기업이미지를 바꾸고 싶다면 광고부터 변해야 한다. 그렇다고 여기서 모든 제약광고가 변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여전히 예전 공식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인사돌(최불암 분), 이 있고, 케토톱(고두심 분)이 있다. 단 최근 불고 있는 제약광고(혹은 그 이상의 다른 범주들까지도)의 변화를 주목하고 이를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춘하고픈 기업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가야 할까? 광고가 무수히 다양하게 그려지는 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제약광고가 여럿 ‘거리’와 결합된 사례를 볼 수 있다. 다음은 그 중 하나이다.


정치적 풍자를 이용한 두통약 유머광고이다. 간단히 설명을 붙이자면 각각 르윈스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그리고 두통요인은 부시 부자 중 하나로도 족하다는 내용이다. 정서상 한국에서는 한동안 이와 같은 광고를 보긴 힘들 것이다. 또 이 광고의 전략과 효과가 좋다고 단언할 수도 없고, 한국시장에 맞는 피트라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는 ‘제약광고에도 한계선은 없다’라는 메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최근 불고 있는 제약광고의 변화들을 짚어봤다. 여기서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이러다 우리나라에도 메딕이 모델로 등장하는 의약품 광고 혹은 섹시코드와 결합된 제약광고가 등장하는건 아닐까? 90년대 이동통신, 2000년대 휴대폰 단말기, 카드광고에 이어 언젠가 다시 제약광고에 제2의 르네상스가 오지 않을까도 싶다. 이미 하나의 역사이자 신화인 박카스 광고캠페인을 필두로 언어를 바꿔낸 타이레놀, 새로운 입구를 장착한 까스활명수, 공감을 낚아낸 후시딘, ucc틀을 달아낸 부루펜 등이 이어져 오고 있다. 여건 상 제약이 많은 것이 제약광고의 현실이지만 이미 여러 새 옷과 좋은 결과들이 버젓이 존재하니 신세계로의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흔히들 광고인을 이렇게 말한다. 광고주의 언어를 소비자의 언어로 번역해주는 번역가라고.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시대의 번역가라 해도 모자름이 없다. 소위 새로운 언어가 먹힌다는 것은 소비자가 새로운 언어를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다. 이에 또다시 새로운 언어로 번역해야 함은 광고쟁이의 사명이요 생존 요건이다. 이 시대의 소비자들은 새로운 언어를 기다리고 있다. 깔끔한 수트는 영원한 멋스러움이지만 시대는 수트를 잘 갖추면서 케쥬얼도 잡 입을 줄 아는 그런 멋을 원한다. 그리고 여전히 더 다양한 결합과 시도들이 무궁무진하게 잠재해 있다, 이 ‘번역가’는 동시에 잠재된 보물을 찾아나서는 ‘탐험가’가 되어야 한다. 쿡은 ‘개고생’을 찾아냈고, 메리츠는 금융에서 ‘행복’을 뽑아냈다. 그리고 T는 ‘비비디 바비디 부’ 주문을 찾았고, 러시앤캐시는 무과장을 달았다. 보라색을 재발견한 sk브로드밴드, 시트콤과 합친 오주상사, 팝애드 롤리팝 등 모두가 콜럼버스의 아메리카요 슐리만의 트로이이다. 시도가 없으면 신대륙도 없다. 앞으로 다양한 ‘거리’를 사용해 무궁무진한 신대륙이 발견되기를 기대해 본다.

시샵 : 유쾌아 윤진호 중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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