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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 -: 불효자 편
작성자: ANTON07


88만원 세대의 불효녀가 IMF세대의 나의 아버지에게.



어디서 한번쯤 봤을 법한 일,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일을 어마어마한 통찰력으로 울림있게 담아내는 박카스 광고. 늘 광고를 볼 때마다 ‘헉’하기도 하고 ‘푸핫’하기도 했기에 박카스 광고를 볼 때면 마음을 다잡고 보았는데, 이번 광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펑펑 울고 말았다. 우리 세대와 우리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통찰력 있게 담아두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IMF가 상륙했던 97년도, 국민 모두가 힘들었던 그 시절 우리 부모님들 중 상당수는 일자리를 잃었다. 그 여파는 여간 큰 것이 아니어서 나와 나의 친구들은 좁은 집으로 이사를 가기도 했고, 수학여행을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아직 어렸고 부모님의 사정 같은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춘기였던 우리들은 집이 좁아지며 형제, 자매와 함께 방을 쓰게 된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학창시절 한번뿐인 수학여행을 포기하게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시절. 우리는 우리의 욕구가 제한되는 것을 참아낼 만큼 성숙하지 못했고, 충족되지 않은 욕구에 대한 불만의 화살은 모두 이러한 상황에도 실직해 집에 앉아있던 아빠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빠와 멀어졌고, 더 이상 양복을 입지 않고 출근하는,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퇴근 후 피곤해 쓰러져 자기만 하는, 용돈은 주지도 않는 아빠는 자연스레 관심 밖의 인물이 되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갔고, 세월이 흘러 자란 우리는 성인이 되고 88만원 세대의 주인이 되었다. 내 멋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마주했고 비로소 IMF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야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우리를 위해 자존심까지 내려놓은 채 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아빠와 멀어졌다고 생각했고, 아빠는 부모이기에, 어른이기에 우리를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다시 아빠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알량한 우리의 자존심을 위해 아빠에 대한 외면은 계속 되었다.

이 광고는 이러한 IMF세대인 아버지에 대한 88만원 세대인 우리의 이제는 미안해진 외면의 순간과, 그리고 그저 자식이기에 모든 것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엘리베이터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효과적으로 담아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다른 회사원들처럼 깔끔한 양복을 입고 당당하게 출근하던 나의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잔뜩 땀에 절고, 비를 맞고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은 채 일하고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의 마주침에서도 나는 알량한 나의 자존심을 위해 아빠를 외면하고, 아빠는 아빠라는 이유만으로 나의 외면을 수용한다. 그리고 비인지 땀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액체가 잔뜩 묻은 종이에 편지와 함께 내가 건네야 할 사과를 건넨다.

30초의 짧은 순간에 15년간 말하지 못한 우리의 미안함을 담아주었다. 결국 아빠에 대한 외면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나의 미안함을 아빠가 알아줄 수 있도록 암시를 주는 것만으로도 어디선가 아빠가 이 광고를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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