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식당 메뉴판을 지키던 백세주를 기억하시나요? 1992년 출시된 백세주는 올해로 출시 32주년을 맞이한 국순당의 약주입니다. 한때 ‘오십세주’ 열풍 등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다소 낯선 ‘아저씨 술’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이에 국순당에서는 패키지부터 맛까지 대대적으로 리뉴얼을 진행, 요즘 세대의 취향에 맞게 더 깔끔하고 섬세해진 백세주를 탄생시켰습니다. 이렇게 새로워진 백세주를 세상에 알리기 위하여 이번 캠페인이 시작되었습니다.

패키지부터 맛까지 브랜드 자체가 새로워진 만큼, 이전의 이미지는 탈피하고 대신 ‘감도 높은 어른의 술’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했습니다. 여기에 2030 젊은 세대를 신규 음용자로 유입시키는 것까지 목표로 삼아, 그들의 마음과 ‘어른’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에 대해 고민하던 중 이런 밈이 떠올랐습니다. ‘고길동을 이해하면 어른이 된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악당으로만 느껴졌던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이 실은 생판 남인 둘리를 인내로 보듬어주는 참 어른이라는 진면모는, 어른이 되어서야 느낄 수 있는 백세주의 깊은 맛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백세주를 지금껏 마셔온 세대와 새롭게 접할 세대를 이어줄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백세주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여기에 1992년 운명처럼 백세주와 함께 탄생하여, 세대를 아우르는 섬세한 감성의 음악으로 청춘을 위로하는 잔나비 최정훈까지 합세해 어른을 위한 이야기를 완성했습니다. 악당으로 비춰지던 모습 대신 바쁘게 살아가는 어른 고길동의 하루를 조명하고, 그 하루의 끝에 어른이 되어가는 청춘 최정훈과 백세주 한 잔을 나누며 화합에 다다르는 과정을 통해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잔나비의 노래 <꿈과 책과 힘과 벽>에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어째서 어른이 된 걸까.’ 어른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배경음 삼아, 최정훈 씨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어른의 눈으로 고길동 씨의 치열한 하루를 따라갑니다. 지친 하루 끝, 조용한 술집에서 고길동 씨와 최정훈 씨는 백세주의 맛을 알게 된 어른으로 만나며 영상은 마무리되는데요. 잔잔한 노래를 배경으로 백세주만이 전할 수 있는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모두에게 익숙한 고길동 캐릭터는 드로잉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여 타겟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3D와의 결합을 통해 시각적 돌출도를 높이고자 했습니다. 사실 2D 캐릭터와 3D 인물, 배경 간의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길동 캐릭터의 오리지널리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원작 풋티지는 최대한 유지하고, 과거의 고길동을 작업하신 적이 있는 작가님의 작화와 원작자 김수정 작가님의 감수를 거쳐 현대를 살아가는 고길동 씨를 완성했습니다.

또한 두 캐릭터의 교감이 중요했기에, 그 시작인 눈높이를 맞추는 것에서부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애니메이션 작화 컷을 기준으로 촬영을 계획하고, 촬영 시 함께 하실 수 없었던 고길동 씨의 대역 인형도 활약한 끝에 두 분의 케미스트리가 완성되었는데요. 굴곡진 어른의 일상을 닮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많은 어른들이 힘을 모아 주신 덕분에 메시지의 울림이 더 커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숏폼 컨텐츠가 대세인 요즘, 144초 동안 고길동을 매개로 어른의 다양한 순간을 보여드렸습니다. 헐레벌떡 출근하는 모습, 쌓여만 가는 업무, 상사의 연락으로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식사, 꾸벅꾸벅 졸게 되는 퇴근길까지. 못지않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많은 분들께 백세주 캠페인과 함께 한 시간이 큰 응원이 되었기를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