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올리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맥의 재치있고 귀여운 대응법
그리고 아메리칸 어패럴의 광고
맥과 PC의 싸움 2편에서는 PC의 반격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맥이 PC를 엄청 약오르게 했던지 PC(마이크로소프트)가 엄청 물량을 쏟아부어서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고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요. 맥도 가만히 있지 않고 두편의 광고를 온에어 했습니다.
PC아저씨가 돈을 세고 있네요.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곳에 돈을 얹으며 "advertising"(광고에 쓴 돈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듯)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곤 돈이 적게 있는 곳은 아마도 fixing Vistar에 들어간 돈을 보여주기 위함인듯 싶습니다.
이 광고는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가 PC유저들을 화나게 했던 비스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코딱지 만큼 돈쓰고 광고에만 디립다 퍼붓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비꼬려고 만든 캠페인인듯 싶습니다.
그런데 이 광고를 보고 있으면 비교광고를 하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경쟁사와의 치열한 광고전쟁을 하고 있으면서도 어느 누구도 기분 나쁘지 않게 상당히 위트 있게 풀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담당자는 약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서도요) 맥의 대응 캠페인을 보고 있노라면 며칠전 최양락이 명랑히어로인가 하는 프로에서 김구라에게 일침을 가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면서 웃기기는 어렵지 않지만, 상대방도 기분좋게 하면서도 웃기기란 참으로 어렵다. 나의 웃음 철학은 바로 그것이다"
뭐 정확하게 옮기지는 못했지만, 이런 뉘앙스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부득이하게 비교 광고를 하게 되는 경우를 맞게 됩니다. 그때 상대편을 일방적으로 비난 하기 보다는 맥이 취했던 것처럼 상대편을 언급하면서도 누구도 기분 나쁘게 하지 않을 수 있는 내공을 키워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매번 경쟁사의 제품에 대한 약점을 끄집어 내어 얘기하면서도 소비자들이 보고 듣고 있으면 기분이 나빠지거나 얹짢아 지기 보다는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일관된 캠페인!!!
TBWA/Chiat/Day의 Lee Clow니까 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기도 합니다.
맥과 PC의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려고 합니다.
:::나머지 부분은 블로그 파트너 스폰지가 Aa에 대해 얘기한다고 하네요:::
안녕하세요. TVCF독자여러분? 저는 꿀질린푸님과 같이 블로그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아니 기생하고 있다고 표현이 정확할) 스폰지입니다. 종종 꿀질린푸님을 대신하여 이곳에서 여러분들께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 제가 짧은 지식이지만 이것저것 이야기 하고픈 주인공은 바로 패션 브랜드 American apparel(이하 Aa)의 광고들입니다. 국내 독자들은 아마도 해외패션잡지를 통해서나마 겨우 접할 수 있었던 Aa의 광고들은 사실 미국에서는 2003년 런칭 이후 선정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되어온 사실을 아시는지요? 광고의 선정성 2007년 맨하탄 한복판 빌보드에 Aa의 광고가 걸리고 나서 누군가가 옥외 광고판에 스프레이로 Aa를 비꼬는 낙서를 함으로써 논란은 정점에 다다랐었습니다.
비록 시간이 좀 흐른 논란꺼리지만 이자리를 빌어 Aa를 소개하는 이유는 논란의 핵심이었던 광고에서의 여성의 성상품화라는 윤리적인 관점에서 광고를 분석하는것도 흥미롭거니와 한발짝 더 나아가 (다분히 필자의 추측에 불과할지라도)왜 Aa가 성공적인 런칭을 위해 그런 위험한(?) 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었는가하는 브랜드의 포지셔닝 전략이라는 시각에서 역추측하는 과정 또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한때 2007년, 미국에서는 Aa의 광고, 특히 옥외광고가지고 때아닌 광고의 선정성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패션광고에서의 선정성 논란은 사실 새로운 이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게다가 한국도 아니고 미국에서!), 왜 Aa의 광고가 '유독'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집중포화를 당한 것일까요. 먼저 광고들을 한번 보십시요. 밑의 광고들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수많은 비슷한 언뜻 외설스러운(?)광고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논란이 되었던 Aa의 옥외광고와 낙서(Gee, I wonder why women get raped)
어떻습니까, 여러분들의 생각은? 제가 처음에 받은 느낌은 이렇습니다. 일단 딱 달라붙는 타이즈를 입은 모델들의 표정이나 포즈가 상당히 외설스럽긴 한데 어째 선정스럽다고 욕을 하기엔 다른 섹스어필 광고에 비해 왠지 확실한 물증은 없다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분명히 이상야릇하긴 합니다. 사실 다른 패션광고에서 얼마든지 더 화끈하고 야한 광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Aa의 광고들이 더 대중의 뜨거운(?)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한발짝 더 가까이 살펴보아야 합니다. 바로 광고속의 사진이 너무나 '리얼'하기 대문이죠. 실제로 Aa의 모델들은 Aa의 직원들로부터 일반인 그리고 포르노스타까지 비모델 출신인 일반인들이며 사진도 그들이 집에서 소위 직촬, 셀카라고 부르는 직접 찍어서 Aa의 홈페이지에 올린 것을 그대로 쓰거나 Aa의 CEO Don Charney가 직접 모델을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아마추어들이 찍었기에 조명이라곤 자연광이거나 값산 카메라 일체형 '후레쉬'일뿐이니 사진의 땟깔이 좋을 리 없습니다. 한술 더 떠 광고속의 사진들은 일체의 리터칭(뽀샵질)도 거치지 않은 아주 말그대로 쌩날것인 상태로 광고로 집행되었습니다. 이런 퀄리티는 우리네 정서로는 대행사, 광고주의 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차마 시안으로도 내놓을 수 없는 대형사고감입니다. 케이트모스, 지젤번천같은 수퍼스타가 아니라 꼭 옆집에 살고 있을 법한 학생이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언뜻 연예인 스캔들이 터질때나 '유출'된 사진을 보는마냥 너무나 '리얼'한 나머지 오히려 보는 이들에겐 '낯설게' 다가옵니다. 한마디로 비쥬얼 쇼크입니다. 언제나 그래왔듯 낯선문화에는 문화적 자연정화시스템이 작동되긴 마련, 그래서 Aa의 광고는 '유독' 선정적이라는 부정적인 꼬리표가 달리고 대중의 질타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Aa의 광고가 외설이냐 아니냐를 논하기 전에 먼저 따져보아야 할 것은 Aa광고들이 사실은 패션광고의 문법을 처참히 깨부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알고 계시겠지만 패션광고들은 '옷'을 팔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옷이 아닌 '욕망(판타지)' 팔고 있습니다. 그리고 욕망의 공식을 쉽게 도식화 시켜보면 '우리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 너도 광고속 모델처럼 ooo해 질 수 있다' 입니다. 하지만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패션광고속의 '판타지'에 소비자들의 감성은 무뎌져서인지 쭉쭉빵빵걸이 속옷만 걸치고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도 소비자들에겐 더이상 외설같이 다가오지 않는 진부함 즉 클리셰(clich?)일 뿐입니다. 이런 광고에 있어 쥐약과도 같은 진부함을 떨쳐내는것이 패션 광고의 제일의 사명이라 할 수 있는데 과연 Aa는 어떻게 진부함을 깨버렸느냐? 답은 그간의 패션광고의 불문율과 도식화된 공식을 깨버림으로써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던 것입니다.
환심까진 아니더라도 관심은 샀죠. Aa의 광고가 타 패션광고와 어떻게 달랐는고 하니, '너도 얘처럼 될 수 있다(하지만 결코 될 수 없는)'가 아니라 '이게 바로 너야. 넌 그 자체로 굉장히 뜨겁고 섹시해!' 라는 메세지를, 그동안 패션광고에서 터부시 되던 사실주의적인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비주얼 쇼크를 주었습니다. 제품의 내부속성인 심플한 디자인, 질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에 더하여 새로운 외부속성, 즉 브랜드이미지를 급진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리얼한 이미지와 메세지를 광고에 녹여냄으로써 순식간에 젊은이들의 러브마크로 자리잡았습니다. 경쟁피티때마다 남발하는 말이 되어버린 감도 없잖아 있지만, 이런 경우를 두고 'Paradigm Shift'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른 카테고리, 뷰티카테고리에서 카테고리내의 불문율을 깬 비슷한 사례를 들자면 도브의 'Real Beauty'캠페인을 들 수 있겠지만 비유를 하자면 도브의 캠페인은 정식으로 출간된 점잖은 양장본쯤이고 Aa의 캠페인은 화장실의 낙서수준이라 할 수 있을정도로 적나라 했고 충격도 그만큼 컸습니다.
이 광고가 분명히 성을 상품화 하였다는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앞서 얘기했듯 일부 Aa광고의 사진은 CEO Don Charney가 직접 찍었는데,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실제로 아마추어 포르노 감독이고 소아애호증(pedophilia)가 있어 ,자신의 성적취향,만족을 위해 10대,20대의 어린 모델을 직접 찍는다는 소문까지 있었으니 어쩌면 Aa입장은 사면초가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이런 논란에 CEO인 Don Charney는 솔직하게도 그는 광고에서 당당히 성을 상품화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Sex sells). Aa의 주 고객층이 10대 후반-20대의 젊은 세대들이고 이들 문화의 핵은 바로 'Sex'다. Aa는 바로 그 핵인 Youth Culture를 파는 것이며 광고를 통해 성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즉 'Contemporary Adult and Sexual Freedom'를 대변해 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미 Aa 광고와 같이 자신의 성적인 매력을 직접 촬영하여 공개하는 것은 이미 MySpace나 Flicker 같은 Social Networking Website에서 이미 '현상'이므로 그다지 파격적인 광고도 아니라고까지 논란의 필요성을 일축합니다. (Charney가 말하길, Aa가 대변하는 Youth Culture는 '성(sex)'에 대한 진정성뿐만 아니라 옷의 디자인철학, 심플한 디자인(No-Logoing)과 매장 인&익스테리어, 회사운영방침*까지 모두가 일관되게 적용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술이냐 외설이냐의 도덕적 논쟁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과연 이 광고가 여성을 표현하는데 있어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다른 측면도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다른 패션광고들을 한번 생각해보십시요.
패션광고뿐만 아닙니다. 수많은 광고들 속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광고들이 여성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을까요? 뭐 다른 카테고리야 그렇다 칩시다. 스스로 자신있게 '허영'을 판다는 패션광고 카테고리 내에서 과연 어떤 어프로치가 더 진실성있는 광고라고 할 수 있을까요? 포토샵으로 늘리고 찢고 줄이는 판타지로 눈가리고 아웅식의 눈속임과 적나라하고(혹은 솔직하게) 리얼하게 '성(sex)'을 표현하는 것 중 과연 어느쪽이 더 진정성을 담고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운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Aa에 관한 내용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재밌는(?) 사실은,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Aa의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찬성을 한다고 합니다. 이유인즉 여성을 왜곡되지 않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즉 오히려 전통적인 남자의 기준에서'탈여성화' 된 혁신적인 광고라고 하면서 말이죠.
Aa의 광고가 혁신적이고 똘똘한 광고였는지 아님 단순히 CEO의 독특한 성 취향이 투영된 포르노그라피인지는 소비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가지 칭찬하고 싶은 점은 Aa가 패션광고의 불문율을 뒤엎고 그럼으로써 이슈를 만들어냈다, 그것도 아주 당당하고 딱 부러지게.
다소 부담스럽기까지한 정답이 없는 광고의 도덕적인 논쟁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대신 조금은 마음 편하면서도 이곳 독자들의 입맛에 맞게 Aa의 브랜딩 구축부터 광고를 통틀어 포함한 전마케팅적 관점에서의 Aa가 왜 그런 도발적인 광고 전략을 취했는가에 대한 역추측하는 시도를 통해 논쟁을 조금 생산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려 국내의 패션산업의 비춰보는 거울로 삼아 볼까 합니다.
먼저 인정해야만 하는 사실. 패션광고만큼 광고하기가 참 힘든 분야도 없다는 사실말입니다. 패션이라는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본다면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변하는 곳이며, 그 속도만큼이나 경쟁사들도 따라하기가 쉽기 때문에 1등의 프리미엄이라는 짜릿한 순간 조차도 길게 가지 못합니다. 그만큼 서로간에 카피가 심하고, 심지어 권유되는 곳이기에 브랜드간의 차별성도 찾기 쉽사리 않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브랜드의 런칭시점부터 포지셔닝 전략이 가장 중요한 카테고리일텐데, 아리러니하게도 순환이 빠른 산업의 특성상 신중하면서도 장기적이어야할 브랜드 포지셔닝 전략은 잘 실행되지 못하고 결국 브랜드 철학이 부재된 주먹구구식 모델전략에 의존하곤 합니다.
이러한 포지셔닝 관점에서 Aa는 GAP이라는 골리앗이 버티고 있는 이지캐주얼 시장에 차별화된 전략으로 성공적인 런칭을 했다고 평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포화상태인 이지캐주얼시장에서 Aa의 성공적인 브랜드 런칭을 위해서는 따라하기(Me too)전략이 아닌 같은 카테고리내의 경쟁사의 약점을 공략했어야만 했을 것입니다. 경쟁사의 약점은 마켓팅 용어로 바꾸어 말하면 니치마켓, 즉 틈새시장이죠. 틈새라는 말은 단어자체에서도 나타내듯 독자적으로 존재 할 수 없는 상대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시장인것이죠. Aa가 속한 이지캐주얼시장은 패션카테고리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가시장입니다. 저가인만큼 제품의 수명,순환사이클, 유통은 다른 어느 패션 카테고리보다 훨씬 빠르고 짧습니다. 이러한 카테고리 속성을 만족시키위해서는 이지캐주얼 브랜드들은 좁고 구체적인 타겟보다는 브로드한 타겟을 설정함으로써 대중적인 지지를 받아야만 하는 운명을 태생적으로 지니게 됩니다. 하지만 1등 브랜드 GAP이라는 골리앗이 똬리를 틀고 군림하고 있는 시장에 다윗격인 Aa가 성공적으로 런칭하기 위해서는 GAP같은 전략이 아닌 그와 상반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중요한것은 바로 그 차별점이 Aa의 독특한 속성이 되며 그것은 곧 '브랜딩'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차별점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솟는 것이 아닙니다.
차별점을 찾는 출발점은 GAP의 약점을 역이용하는 것입니다. 갭의 약점, 즉 갭이 갖고 있지 않은 속성은 무엇일까요? 바로 'Sexy'이라는 성적 코드입니다. 갭은 편하고 밝으며 합리적인 이미지는 갖고 있지만 'Sexy&Hot'같은 성적 욕망이라는 코드의 브랜드연상은 없습니다. 같은 이지캐주얼 카테고리에서 Simply Easy가 아닌 Sexual Easy. 바로 이것이 Aa광고 전략의 시발점이 아니었을까요? Sexual Easy라는 코드를 광고에서 금기시되던 모델전략과 비쥬얼을 통해 충격을 주어 소비자들 인식의 사다리에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Aa는 옷이 아니라 순전히 광고하나로 스스로를 '섹시한 이지캐쥬얼 브랜드'로 이지캐쥬얼시장내에 포지셔닝하였으며 역으로 갭을 '섹시하지 않은 고루한 브랜드'로 재포지셔닝시킨 것입니다. 국내 최고의 패션마케터 권민**의 명저 '패션 인사이트 마케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왜 시장을 재정의하는 브랜드들은 성공하는 것일까? 바로 재정의가 변화에 대한 혁신이며 1등을 이기는 강력한 경쟁 전략을 만들기 때문이다....(중략) 재정의는 변화를 받아 들인다는 것이며 또한 변화의 주체가 되겠다는 것이다.' 결론은 곧 정의할 것인가 혹은 정의를 당할것인가?
솔직히 필자는 패션산업 언저리에서도 일해본 경험은 없습니다. 하지만 Aa의 광고를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의 수많은 패션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속에서 이렇다할 이슈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2-3년만에 소리소문없이 브랜드가 사장되고 마는 현실이 생각이 드니 아쉬운 점이 드는건 사실입니다. 얼마전 우연히 통계자료를 보니 대한민국의 패션산업은 년간 22조 규모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무려 3000개나 되는 브랜드가 치열하게 적자생존의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규모의 경제에 단 3개의 브랜드가 경쟁하는 텔레콤 시장과 비교해보시면 얼마나 출혈이 심한 경쟁시장인지 여러분들도 피부로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화려한 런칭만 있을뿐 그 후에 광고등을 통해 그 한때의 화려했던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가 드문 현실이 방증하듯 성공적인 패션브랜드 런칭과 리뉴얼은 상당히 힘든 과업입니다. 하지만 왜 우리나라에선 디젤, 돌체앤가바나, 캠퍼, Aa같은 독특한 브랜드 에센스가 샘솟는 광고가 나오지 못하는 걸까요? 경쟁이 심한만큼 더욱 독특하고 때론 삐딱한 광고로 브랜드간의 차별성을 두각시킬 수 있을텐데 말이죠. 제일모직이나 한섬같이 굵직굵직한 브랜드들에서 한번쯤은 사고 좀 쳐주었으면 하는 날을 기대하는 게 요원한 일일까요? 어쩌면 우리들 너무 착한 척, 멋진 척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패션광고니깐 이래야 한다' 보다 '패션광고이니깐 이래도 된다' 식의 삐딱한 파숑광고 한번 보면 좋겠습니다.
*Aa는 Anti-Sweatshop Philosophy로 '사회적인 기업'이란 평판을 받아왔었습니다. 저도 놀란 사실이 모든 Aa의 섬유에서부터 제품들은 아웃소싱이 아닌 미국현지 LA공장에서 다 생산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회적인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오직 적절한 노동시간과 임금을 준다는 것일뿐, 오히려 적절한 임금, 즉 돈으로만 보상한다면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농락하는것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바 있습니다.
**권민, 본명은 조태현으로써 이랜드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Thursday Island, WHO.A.U, PUMA 등 여러 메가히트 패션브랜드를 런칭&리뉴얼시킨 실천주의적 이론가. 2001년부터 '모라비안바젤컨설팅'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패션마케팅뿐만 아니라 기업문화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마케팅관련 서적 여러권을 집필하였으나 그중 저주받은 명저(안타깝게도 절판되었음)라 할 만한 '패션인사이트마케팅'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쪽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수작이라 생각됩니다. 본글에서도 Aa의 포지셔닝 전략에 관한 부분은 '패션인사이트마케팅'의 내용을 참고삼아 썼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