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얘기하면 힘이 있다. : 폭스바겐 Routan 캠페인
며칠 전에 제 친구가 2003년산 폭스바겐 파사트를 9000불 (한화로 1천만 원 정도?)에 샀다고 자랑하더군요. 근데 차가 어찌나 깨끗하고 좋던지...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에서는 몇천만원씩 하는걸 여기선 1천만 원이면 살 수 있다니(물론 중고이긴 하지만서도요) 한국과 미국에서의 폭스바겐 가격차이만큼이나 광고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가능하시다면 폭스바겐의 광고를 대행하고 있는 크리스핀 보거스키의
http://www.cpbgroup.com/에서 work의 Volkswagen광고들을 한번 보시죠미국에서 온에어 되고 있는 폭스바겐 광고를 보시면 한국인들이 폭스바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과는 사뭇 다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국의 폭스바겐은 고급 럭셔리 차 이미지 보다는 독특하고 톡톡 튀는 서민적인(그렇다고 싸구려의 이미지는 또 아닙니다) 튼튼하고 알차게 잘 만든 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민적일지라도 좀 남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의 차라고 할까나?
그 중에서도 유독 서민적인 톤앤매너를 가지고 있는 미니밴 Routan캠페인을 소개 드리려고 합니다.
처음에 보실 것은 TV에 온에어 되고 있는 30초 버전이고 그 다음 것은 4분짜리 다큐멘터리인데 이것을 바탕으로 3개정도의 TV광고를 만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보시죠
내용인 즉슨 이런 겁니다.(4분 다큐멘터리 참조)
처음엔 미국이 베이비붐이 일어나고 있다고 무슨 피디수첩 같은 분위기로 브룩쉴즈가 사건의 문제성을 나름 심각하게 말합니다.
베이비의 증가의 이유가 뭘까라는 의문에 대한 대답으로 혈연도 아니고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함도 아닌 독일산 차량인 Routan때문에 제2의 베이비붐이 일어난다고 넉살도 좋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시사고발처럼 브룩실즈가 무슨 얘기인지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뭐 이정도만 얘기해도 소비자들은 도대체 뭔 소리야? 라고 하며 궁금해 지겠죠
그리곤 미니밴을 가지는 것은 가족을 만드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독일 미니밴과 그런 사실을 연관시키고 있다고 역설합니다. 점점 젊은 부부들의 출산율은 늘어나고 있고-여기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넌지시 얘기하고 있습니다-심지어 사이버 입양까지 생겨난다고 농을 칩니다. 그리고는 브룩실즈가 나와 사람들은 심지어 가족을 가지는 이유가 가족에 대한 사랑이 아닌 Routan을 갖고 싶어서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합니다.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TV광고를 세개 정도 만들었습니다.
그
첫 번째 광고는
브룩실즈가 차에 앉아 Routan의 3중 가죽 스티치 좌석과 Tune suspension(흔들림방지)을 얘기하면서(자랑을 이렇게 무슨 잘못된 것을 말하는 것처럼 합니다) 사람들은 완벽하다고 말하지만 그들에게 이게 커다란 재앙이 된다라고 말합니다. 아마도 이런 완벽한 기능 때문에 사람들이 아기를 가지려고 할거고 그게 제2의 베이비붐을 일으킬거라는 황당한 얘기를 하고 있지요.
두번째 광고는 Routan을 타고 병원에 온 임산부에게 심문하듯 "아기 갖는데 Routan이 어떤 역할을 했나요?라고 무슨 Routan가지려고 애를 가진 사람처럼 몰아세웁니다. (두번째 광고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Routan보러온 임신한 부부앞에서 남편이 Routan이 갖고 싶어서 아기 가진 부인을 매장에 데려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하루에 만명의 아이가 Routan을 갖고 싶은 이런 사람들 때문에 태어난다는 얘기를 하는 거죠. 이런 사실 때문에 남편이 신경 쓰여서 데리고 온 거라고 말합니다.그러나 열 받은 부부가 뭔말하냐고 말하자 브룩실즈 말이 걸작입니다. 이름을 물어보더니 베키라고 하자 "Please don't be like Becky"라고 말합니다.
이 광고 참 재밌습니다.
저도 처음에 TV에서 광고만 봤을때 뭐야? 하고 궁금증이 들더군요. 도대체 뭘 저렇게 심각하게 얘기하는 거지?브룩실즈가?
그러면서 자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화법이 무슨 Routan이 베이비붐을 일으킨 장본인 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의도하는게 뭔지 금새 알아채실 수 있을 겁니다. Routan이 젊은 부부들(특별히 아기 가진 혹은 가질)을 위한 차라는 겁니다. 그 타겟들에게 맞는 기능들에 대해서도 이 다큐에서는 언급하고 있고 많은 타겟들이 이 차를 그런 이유에서 산다는 통계수치도 들이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 다르게 얘기하고 있죠. 그게 이 광고의 힘인 듯 싶습니다
이 광고의 힘은 한마디로 반어법의 힘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Routan의 장점과(특별히 타겟에 맞는) 특징을 좋다고 얘기하기 보다 무슨 단점인양 잘못된 점인양 얘기하므로서 소비자들에게 한번 더 생각하게끔 만들고 있습니다.
몇 년전 거침없이 하이킥의 풍파고 교감님을 기억하십니까? 최민용이 잘못 할 때마다 교감선생님은 "굿굿굿 굿이예요~"를 연발 할 때 우리는
어떤 생각을 했습니까?
아마도 최민용이 또 무언가 잘못했군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웃음이 나왔죠. 하고 싶은 말과 반대로 얘기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이 교감님이 무슨 의도로 얘기 하는 줄 알았었죠. 더 중요한 건 이 교감님의 이 화법이 주목 받는 힘이 있다는 거죠.
반어법에는 힘이 있습니다
주목의 힘이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반어법은 문학적 수사적 장치이다. 이것에서는 말한 것과 행동한 것에 그리고 의미하려는 것과 이해되어진것에 불일치가 있는 것을 말한다. 즉 말하려는 것은 실제와 불일치 하는 것임을 말한다."
즉 이 Routan의 경우는 잘못 된 점이라고 문제라고 말하는 Routan의 모든 것들이 사실은 폭스바겐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고 의미하려는 제품의 장점 혹은 특징인 것이죠.
이러한 불일치가 있는 반어법은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비자 행동론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자꾸 어떤 정보를 카테고리화 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카테고리에 벗어나는 (단 relevance가 있는) 새로운 정보에 대해서 소비자들은 그 정보를 카테고리화 하려고 관심을 갖게 됩니다. 다시 말해, 이미 머릿속에서 정립된 한 부류의 정보들과 다른 종류의 정보가 들어오게 되면 소비자들은 그 정보를 이미 형성된 부류에 편입시키기 위해 그 새로운 정보에 대해 탐색하게 되는 거죠. 만약 그 정보가 카테고리와 별 연관성이 없거나, 이미 기존의 정보와 비슷한 정보이면 소비자들은 별 관심을 안보이는 거죠. 그래서 반어법은 불일치한 정보를 주는 방법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관심과 주목을 갖게 됩니다.
이 광고의 미덕 중 하나를 반어법이라고 한다면, 또 다른 미덕을 찾으라면
정확한 타겟팅을 들고 싶습니다.
이 광고의 타겟은 다큐멘터리에서도 언급했듯이 young married couple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미니밴 광고주에게 이런 식의 굉장히 작아 보이는 커뮤니케이션 타겟을 삼은 광고를 가지고 간다면, 이렇게 대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김차장 그 사람들한테만 팔면 안되요. 그거 팔아가지고서는 실패야'
뭐 워낙 우리나라 모집단이 작기 때문에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단가가 비싼 고관여 제품에는 더욱 그러겠죠
그런 사실을 제외하곤 전 커뮤니케이션 타겟을 좁히면 좁힐수록 광고는 날카로워진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확한 타겟이 있어야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좀더 정확하고 세밀한 그들의 얘기를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 타겟에 이런 부류 저런 부류가 조금씩 섞이게 되면 점점 초점은 흐려지고 이 쪽 부류의 얘기도 조금 섞고 저기도 조금 이러다보면 아무맛도 안나는 섞어찌개가 되는 거죠. 말이 좋아 섞어찌개지 속된말로 개밥이 되는 겁니다.
우라늄 핵의 순도가 높으면 높을 수록 핵폭발이 커지듯 커뮤니케이션 타겟도 순수하게 구성된 타겟에게 소구 할수록 광고는 분명 만들기도 쉽고 전달도 잘되는 날카롭고 매서운 광고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세번째 인터넷 매체의 적절한 활용을 들고 싶습니다. 뭐 이거야 크리스핀 보거스키가 대행사니 워낙 잘 했을거란 편견이 있습니다
역시나 CP+B는 이번에도 인터넷에 30초를 넘어가는 장편(광고계에선)시사프로그램 하나를 웹페이지에 띄웠습니다.
이게 메인 이벤트인거죠. 30초안에 다 할 수 없는 모든 얘기를 이 시사프로그램형식의 광고에서 모두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광고주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해주고 있으니 광고주는 이 대행사가 얼마나 이쁠까요?ㅋㅋㅋ
네번째전
모델선정의 우수성을 말하고 싶습니다.
뭐 어떤 사람들은 왜 브룩실즈냐? 혹은 그냥 요즘 드라마 하니까 그거 등에 업고 광고하는거다라고 얘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브룩실즈의 히스토리에 대해 조금더 알게 된다면 왜 Routan의 모델에 브룩실즈가 사용되었는지 조금 더 이해가 될거고 얼마나 대행사가 치밀하게 브랜드나 캠페인에 맞는 모델을 선정했는지 알게 될 겁니다.
브룩실즈는 실제로 위기에 처한 여성들을 돕는 곳의 홍보대사격의 일을 하고 있더군요(그래서 그녀를 설명하는 캡션에 humanitarian이란 문구가 들어간 듯). 또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요즘의 이미지는 조금은 철저하고 완벽한 깐깐한 성격의 여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광고에 그녀가 뽑히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녀가 산후우울증을 겪었던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녀가 산후우울증 때문에 자살하려 했다는 사실을 오프라쇼에서 밝히기도 했죠. 그녀는 아이와 관련되어서는 굉장히 예민하고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은 가지고 있던 거죠. 이런 점이 아기 때문에 Routan을 가지려는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프로그램형식의 광고에 적합한 인물로 만든 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이건 정말 제 추측입니다).
어쨌든, 빅모델을 기용함에도 그냥 유명하기만 한 모델 선정, 브랜드 이미지 혹은 광고의 내용과는 거리가 먼 마구잡이식 모델 선정이 아니라, 광고 내용에 가장 부합할만한 모델을 선정하는 폭스바겐의 영리함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광고는 위에 언급한 반어법이 핵심인 듯 합니다. 이렇게 인사이트를 찾아내기 위해 뒤집어서 생각해 보는 것은 광고인들이 가진 습관이랄까요? 그런데 실제로 거꾸로 생각은 해도 실제로 옮기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이런 반어법적인 말에 대해 소비자들은 좋아하고 선호하는데 문제는 광고주이죠.
광고주들은 이렇게 거꾸로 얘기하면 자신에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실제로 생각할 까봐 걱정을 많이 하곤 합니다.
아마도 한국의 자동차 회사 중 한 회사에 이런 식의 접근 방법을 가지고 갔다고 쳐봅시다.
대번에 문전박대 받을 겁니다. 소비자들이 우리 회사 제품이 실제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등등 별 말 같지도 않은 핑계와 이유를 댑니다. 용기가 없는 거면서 말이죠...
사실 아이큐 한자리 아니고서야 저렇게 말한다고 실제로 소비자들이 그렇게 생각하겠습니까?
그런데도 말도 안되는 걱정과 근심으로 좋은 캠페인을 접은 경우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반어법은 소크라테스 때부터 있어온 수천년 된 효과적인 화법 중 하나입니다. 이런 반어법을 한국의 광고에서 써본 다면 어떨까요?
조만간 반어법을 가진 멋진 광고가 나오리라 기대해보며 오늘의 칼럼을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