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통신기술은 엄청난 속도를 내며 발전해왔다.
하지만, 그 기술은 어느 한 곳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제 기술의 우위를 메시지로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t가 답이야.
이 한마디로 sk텔레콤은 타사의 모든 광고 메시지를 무력화시킨다.
아무리 많은 말을 해봤자 저 한마디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말이지만 그 속에는 아주 거대한 노림수가 들어 있다.
이제 sk텔레콤의 경쟁상대는 타 이동통신회사가 아니다.
그들을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다. 그의 경쟁상대는 이제 안방에 떡 하니 버티는 집 전화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로 런칭된 sk텔레콤 t - t zone 편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모델이 짓는 표정과 모델의 자세, 행동에서 오는 인위적이면서도 우아한 분위기가 여타 광고와는 달리 독특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여자와 개, 두 등장모델의 조화가 상당히 눈길을 끈다. 이국적이면서도 낯설지 않다.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여자와 개가 공 던져 되가져오기 놀이를 하고 있다. 자세부터 우아하다. 우리가 상상하던 그런 자세가 아니다. 어울리지 않는 자세에서부터 이미 그 독특함은 시작된다. 여자는 옆에 놓여 있는 전화기를 쳐다보고는 수화기를 분리해 개에게 던져준다. 수화기가 꼭 뼈다귀 모양으로 보인다.
우리는 흔히 이런 말을 쓴다. 필요 없거나 쓸데없거나 할 때 '개나 줘버리라고...'
지금 개나 줘버릴 것은 집 전화란 소리다. 휴대전화보다 비싼 집 전화는 아무런 쓸데가 없다.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집 전화보다 비싸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실이 그러했기 때문에 그것은 당연하였다. 하지만, 이제 휴대전화가 집 전화보다 가격이 낮은 시대가 온 것이다. 휴대전화의 일반화로 안 그래도 찬밥신세를 지는 집 전화에 카운터를 날리는 셈이다. 수화기를 공 대신 받은 개는 공과는 달리 주인에게 되가져다 주지 않고, 밖에 있는 수화기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독특함과 묘한 그림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 이 광고 상당한 노림수가 있는 광고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만들어진 광고가 아니다. 단순히 흥미를 끌기 위해 만든 듯 보여도, 그 뒷면에는 엄청난 계책이 숨겨져 있다. 이동통신 1위 회사로서의 자부심, 그리고 수십 년간 우리 집 안방을 지켜온 집 전화와 맞설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무언의 자만심까지...
sk텔레콤은 이제 이동통신회사가 아닌 모든 통신을 다루는 거대한 스케일을 가진 기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잠식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