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핫초코 한 잔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온 가족이 함께 마실 수 있는 차’ 라는 포지셔닝 아래 2004년 말부터 매년 ‘찬바람 불 때, 핫초코 미떼’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가족 사이에 부는 ‘찬바람’을 따뜻함과 부드러움으로 해소시킨 동서식품의 핫초코 미떼가 1년의 공백기를 가지더니 2009년 11월 30일, 드디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 이번엔 가족이 아니다?
2004년 말부터 2007년 말까지 핫초코 미떼 캠페인은 ‘가족과 함께 마실 수 있는 음료’라는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광고에 청소년과 부모를 함께 등장시켜 온 가족을 위한 음료임을 표현했다. 가정용 음료의 특성상 주 구매자인 어머니와 주 소비층인 청소년을 아우를 수 있는 전략이었다. 또한 온가족이 공감할만한 일화를 꾸밈없이 재치 있게 그리며 훈훈한 가족애를 제품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와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해왔다.
1년의 공백기를 가진 핫초코 미떼는 2009년 변신을 시도한다. ‘찬바람 불 때, 핫초코 미떼’라는 슬로건과 스토리텔링적 구성은 그대로 가져가되, 가족이라는 타겟과 가정이라는 장소를 철저히 버리고 성인이라는 좀 더 넓은 범주의 타겟과 야외라는 좀 더 넓은 장소를 선정한 것이다.(‘부드러운 거품을 야외에서도’ 라는 카피를 봐도 알 수 있다.) ‘가족과 함께 마실 수 있는 음료’보다는 ‘놀러가서 마실 수 있는 음료’로 재포지셔닝한 것이다. 핫초코 미떼가 탄탄대로를 걷던 캠페인의 방향을 바꾼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 4년이면 됐지요
어쩌면 2008년, 공백기를 가진 것도 이제는 더 이상 핫초코 미떼의 시장이 가정에만 국한되지 않기를 바라는 광고주의 은근한 전략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또한 광고주는 ‘미떼 = 집에서만 마시는 핫초코’ 라는 공식이 소비자의 뇌리에 박힐까봐 전전긍긍하며 두려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4년의 노력으로 가정에서의 핫초코 미떼가 자연스러워졌으니 좀 더 넓은 시장을 헤엄쳐보자는 광고주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찌됐든 일단 2009년 첫 주자는 성공한 듯 보인다. 스키장에서 겪었을 법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메이트커뮤니케이션즈 특유의 반전과 유머로 잘 요리했고, 반전을 극대화할만할 국민할매 김태원을 캐스팅해 네티즌들로 하여금 패러디열풍까지 불게하고 있으니 말이다.
4년 동안의 훈훈한 가족愛캠페인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전략으로 소비자들을 찾아온 핫초코미떼. 내년에 집행될 광고가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