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009년은 필자에게 야구라는 스포츠 때문에 무척 행복했던 한해였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준우승의 감동을 함께 하는가 하면 국내에서는 역대 프로야구 최고 관중 기록을 세울만큼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었다.
야구의 매력은 같이(함께)하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여타 다른 스포츠 경기 에서도 함께하는 감동을 찾을 수 있겠지만 녹색의 그라운드 위에서 9명이 함께 연합해서(수비의 경우) 백색의 작은 공 하나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면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래서 인터뷰 하는 선수들을 보면 하나같이 "여럿이 같이 (함께) 도와 주셔서 잘 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 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경기가 특정 선수 혼자만으로 팀이 잘 될 수 없고, 설사 자신이 잘해도 팀이 진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야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마도 요즘 세대가 같이 누리는 행복보다 혼자 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는 외로운 즐거움이 답답해서일 게다.
한번 지하철 안에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 본적이 있는가?
저마다 다양하게 소지하고 있는 개인 휴대 전자기기를 통해서 혼자서도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것들로 욕구를 채우곤 한다.
필자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자연 환경 속에서 동네 아이들과 함께 놀며 공동체가 어떤 것인지 사회 활동을 미리 경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혼자인 것은 늘 재미없고 외롭고 지루한 일이었다.
때문에 요새 친구들의 모습 속에서 공동체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가, 또 강력범죄의 연령이 점점 더 내려가는 원인도 이런 디지털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마 내 자녀의 미래에는 지금 보다 훨씬 더 사람 대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큰 걱정마저 앞선다.
2009년 11월 23일 첫 전파를 탄 nh 광고는 이런 "같이"와 "가치"의 pun을 이용해서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뛰어난 작품이다.
"먹어! 가! 놀아! 닦아! 들어! 치워! ..."와 같은 명령형의 어조는 왠지 상대방의 찡그린 말투와 표정까지도 연상이 된다, 그리고 그 명령형의 주인공은 주변에 친구도 전혀 없을 것 같은 외로운 단어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같이"라는 음절이 추가 되면 미소 띤 말투와 표정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너도 살고 나도 살고 모두가 사는 상생의 단어가 되어 버린다.
1박2일의 강호동이 전자라면 무한도전의 유재석이 후자와 같은 느낌이라 하겠다.
농촌 금융의 대표 선두격인 농협이 그간의 도시인과 아무런 상관 없는 컨셉을 버리고 nh 라는 새로운 네이밍을 통해서 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에 농업인과 도시인 모두가 더불어 같이 사는 공동체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번 캠페인은 일관성과 이미지 변신에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앞서 말한 디지털 광고 기법의 홍수 속에서 ohp 필름과 같이 아나로그 방식으로 사람 냄새 나는 풋풋함을 녹여 낸 것은 무척 인상적이다.
마지막 장면에
세상을 부드럽게 만드는 두글자 "같이"를 이야기 하면서 미래의 주역인 젊은 청소년 소녀 둘을 등장 시킨 것은 nh 농협의 미래를 보여주기에 매우 적합했다.
내년에도 "같이의 가치" 슬로건과 캠페인을 통해 얼마나 소비자의 이미지 정립에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후속 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