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 는 올 1/2월호부터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소비문화의 창조 역할을 맡고 있는 20세~33세 층의 특성을 핵심 키워드로 다룬 ‘2006 서울 2033 트렌드 키워드9’을 세 차례에 걸쳐 요약, 연재해왔다. 지금까지는 이 2033 세대의 시대사, 대중문화, 디지털, 글로벌 측면의 배경까지 살펴보고, 생활문화와 기술 및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각각의 핵심 키워드를 정리해 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창조적 소비자’, ‘제3의 취향’을 살피면서 2033 세대의 특성을 정리하고자 한다.
창조적 소비자, ‘크레슈머(Cresumer)’는 ‘Creation’과 ‘Consumer’의 합성어로, 최근에 나타난 소비자의 새로운 소비 형태를 의미한다. 이는 소비는 물론, 제품 개발과 유통 과정에도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보다 발전한 개념으로, 소비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DIY 시장의 확대
크레슈머는 DIY(Do It Yourself)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DIY 추세는 엽기 제품에서 실용적인 제품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소비자 니즈에 부합해 자신이 원하는 가구의 디자인과 원목 선택, 제작까지 일체의 과정을 도와주는 업체(내디내만: www.my-diy.co.kr)까지 생기게 되었다. 이 업체는 또 가구 디자인에서부터 목재 재단법, 공구 사용법, 페인트 마감 등 모든 과정에 대한 강좌를 개설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소비자는 이 업체를 통해 자신만의 가구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또한 유럽 최대의 가정 인테리어 개선(Home Improvement) 유통업체인 B&Q가 한국에 진출했다. B&Q는 벽지·페인트·가구·주방 등의 인테리어 제품과, 목재·타일·벽돌 등의 건축자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 구로동 롯데마트에 2,300평 규모의 국내 최초 DIY 및 주거용품 전문매장을 개장한 데 이어 앞으로도 모두 2억 7,000만 달러 규모를 한국에 투자해 전국적으로 매장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이 회사의 한국 법인인 B&Q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흔히 홈 인테리어 유통업계에서는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으면 집에 관심을 갖게 되고, 2만 달러가 넘으면 조명과 인테리어 등에 흥미를 갖게 된다는 말이 있다”며, “한국은 아직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안 되지만 의식주 수준은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이고, 주 5일 근무제 시행과 맞물려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어 한국시장은 충분한 승산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
크레슈머의 활동 1 - 적극적인 문화소비
<웰컴 투 동막골>은 지난해 2월 KTF와 함께 ‘굿 시네마 파티’라는 영화펀드를 통해 6,300명의 KTF 고객으로부터 20억 원을 조성했고, 이 중 15억 원을 이 영화에 투자했다. 모바일을 이용한 영상산업 펀드 조성은 이것이 처음이었는데, 투자자들의 접근이 쉽고 편리하며 한꺼번에 다수의 투자자를 끌어 모을 수 있는 강점이 발휘됐다는 평가다. 특히 투자자에게는 저금리 시대에 많은 사람들과 리스크를 분담하고, 1년 내외의 비교적 짧은 시간에 원금과 수익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또 제작사 역시 편중된 자금원으로부터 탈피함으로써 다양한 영화제작을 시도할 수 있고, 수천 명의 투자자들이 영화를 스스로 홍보해주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영화펀드가 소극적인 크레슈머의 활동이라면, 더욱 적극적인 크레슈머 활동도 존재한다. 작년에 재공연된 어느 연극의 경우 2001년 공연 당시 관객이 적어 흥행에 참패했다. 하지만 이 작품에 매료된 관객들이 재공연을 위해 직접 극단에 투자를 하고, 시간을 쪼개 무대의상이나 조명·소품 준비 등의 과정에서 극단 스태프들과 함께 노력한 끝에 마침내 재공연에 성공한 것이다.
크레슈머의 활동 2 - 디지털 르네상스
디지털 기술은 음악·사진·디자인 등 여러 분야의 대중화를 촉발했다. 그 가운데 가장 활성화된 것은 인터넷 소설 분야로,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도 많이 등장했다. <엽기적인 그녀>와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을 시초로 한 인터넷 소설의 영화화는 <늑대의 유혹> <그 놈은 멋있었다> 등으로 계속 이어졌다. 또한 <백조와 백수> <삼수생 사랑 이야기> <키아누 리브스 꼬시기> <옥탑방 고양이> <내사랑 싸가지> <색마전설> <내 사랑 일진녀> <미혼모 이야기> <나는 악녀일 수밖에 없었다> 등 이미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었거나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간 인터넷 소설만 해도 10여 개에 이른다.
한편 최근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돼!”라는 신념을 가지고 자기만의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는데, 그 중에는 ‘주류’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는 데도 이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렇듯 다양한 문화 장르에서 디지털을 통한 새로운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이다.
기업의 크레슈머 활용 사례
현대자동차 ‘투스카니’ GL 모델
현대자동차의 대표 스포츠카 ‘투스카니’는 독특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투스카니는 GL·GT·GTS의 2.0 모델과 Elisa의 2.7 모델이 있는데, 독특한 라인업 모델이란 바로 GL이라는 모델이다. 이 모델의 스펙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림 6>과 같다.
이를 보고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눈치챘을 것이다. 스포츠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일반 세단보다 못한 퍼포먼스 스펙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15인치 휠은 비슷한 크기의 차량 중 가장 평범한 스펙이다. 소나타만 해도 16인치 휠이 기본이다.
결국 이 모델은 애초부터 자동차 튜닝을 위한 모델인 것이다. 스포츠카를 구입한 소비자들 중 대부분은 튜닝의 경험이 있을 것인데, 튜닝을 할 경우 고급 사양으로 나온 원래의 부품이 아까운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투스카니 GL 모델은 처음부터 고급 부품을 적용하지 않은 모델로 태어난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GL 모델은 완제품 차가 아닌 DIY용 차량인 셈이다.
|
LG전자 ‘WOW LG’ 음악 만들기
LG전자에서는 새로운 마케팅의 일환으로 ‘Wow LG’를 기획했다. Wow LG는 듣기만 하던 음악에서 발전해 손쉽게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웹사이트다. 즉 이 사이트에서 만들어진 음악은 ‘자신만의 음악’이 되는 것이다.
제 3의 취향(The Third Taste)
“당신은 아직도 영어권 문화만을 접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글로벌 시대의 원시인이다!”
‘제3의 취향’이란 점차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문물뿐만 아니라 동남아·남미·아프리카·러시아 등 다양한 지역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를 변형해 가치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이는 소비문화의 대상이 다양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는 패션은 뉴욕·파리·로마, 음식은 양식·일식·중식, 그리고 문화는 미국과 일본 등이라는 형태의 정형화된 틀에서 소비가 이루어졌으나, 최근 들어 소비의 틀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범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기존의 식상한 소비문화에서 벗어난 제 3의 문화를 추구하려는 경향을 ‘The Third Taste’라 명명했다.
세계는 넓고, 문화는 다양하다
마르셀 까뮈 감독의 영화 <흑인 오르페(Orfeu Negro)>에서는 브라질의 화려한 축제장면들을, 에밀 쿠스투리차의 걸작 <집시의 시간(The Time of Gypsies)>에서는 집시들의 생활상과 그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느낄 수가 있다. 그리스의 테오 앙겔로폴로스가 만든 <율리시즈의 시선(Ulysses gaze)>을 통해서는 그리스의 멋진 풍경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Where Is the Friend’s Home? )>와 <올리브 나무 사이로(Zire Darakhatan Zeyton / Through The Olive Trees)> 등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작품들을 통해서는 서정적인 이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우리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비영어권 국가의 영화들은 그들의 문화와 사회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된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의 발달과 DVD 보급 등으로 세계 각지의 문화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가 있다.
결국 문제는 어떤 정보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점뿐이다.
The Third Fashion
2005년의 패션 키워드는 단연코 ‘에스닉(Ethnic)’이었다. 2005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문화와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아프리카·인도·모로코·미국 서부·중국 등의 이국적인 감성을 표현했다. 여행지에서 얻을 수 있는 영감을 바탕으로 한 에스닉풍의 패션이 트렌드로 부각된 것인데, 특히 패턴이나 소품에서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인도풍, 모로코풍의 패턴이나 미국 서부의 카우보이를 연상케 하는 웨스턴 스타일의 부츠, 꼬인 가죽벨트 등이 인기를 얻었다. 또 아프리카의 정글과 남미 해변 등에서 보이는 꽃·풀·동물·과일 등의 대담하고 화려한 패턴과 생동감 넘치는 색상이 선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패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페이즐리(Paisley)와 다마스크(Damask)·아라베스크(Arabesque)를 포함한 민속적인 이미지의 패턴들, 부족의 이미지를 살린 가죽 소재 가구, 지중해의 음식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올리브그린 컬러 등이 우리가 앞으로 자주 보게 될 ‘뉴 에스닉’스타일이다.
결국 디자인 추세는 점점 잊혀져 가는 전통과 문화를 다시 발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가장 민속적이거나 전통적인 디자인은 2005년의 트렌드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화두가 될 듯하다.
|
The Third Food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맛볼 수 있는 외국 음식은 중국·일본·미국·이탈리아 음식이 주종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남 아시아와 중남미 등 제 3세계 음식을 선두로 한 ‘에스닉 푸드(Ethnic Food)’가 유행이다.
최근 와인을 주로 파는 바가 인기다. 이러한 유행과 제 3세계에 대한 관심 증대로 와인바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는 와인 하면 프랑스산이나 이탈리아산 정도만 떠올렸고, 칠레와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로 칠레산이 추가되기는 했다. 그러나 압구정의 한 와인바에 가보면 이보다 훨씬 다양한 국적의 와인을 맛볼 수 있다. 기존 프랑스·이탈리아·칠레뿐만 아니라, 와인에서는 주류가 아니었던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그리고 남아프리카까지 와인의 국적이 다양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