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난 지금 히트텍을 입고 겨울 거리를 활보하는, 나를 본다.
간지를 살리다보면 계절변화에 민감해집니다
오금이 노랗게 저리는 걸 느끼기도하죠
그래서 공기가 계속 차가워질수록
저는 항상 추워지고 기분이 착잡해집니다
저는 지금 내복을 찾고 있습니다
이런 나레이션이 나가야 될 판이었다.
그런데, 여기 내복을 찾던 나의 손을 거두고 넋을 놓게 만든 광고가 있다.
20대 여성들이라면, 아니 '간지'를 생각해 한 번 쯤 옷장 앞에서
5분 이상 머리를 쥐어짜본 경험이 있는 자라면 이 광고 놓칠 수 없다.
추운 겨울, 외출 준비를 할 때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멋을 살릴것이냐, 멋보다는 건강이냐.
이런 고민을 하다
나는 대개 내 '청춘'을 믿고 전자를 택한다.
그러나 문을 나서자마자 그 선택은 미스였다는 것을
매번 절감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따뜻하게 예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껴입어 펭귄마냥 불편하지 않고 잘 입을 수 있을까?
이런 종류의 생각을 한단 말이다.
그런데 눈 쌓인 어느 날, 공효진은 창 밖을 바라보다
서슴없이 얇은 가디건만 걸친 채 문 밖을 나선다.
그러고는 여유롭게 거닐며 손가락으로 풀잎들을 쓸어본다.
게다가 춥지말라고 꽃에게 외투까지 입혀준다.
상쾌한 바람을 누리며 겨울의 신선함을 즐긴다.
이건 혁명이다. 내복같은 것을 밖에 입고도 저렇게
스타일이 살고 따뜻하다니.
나는 얼마나 많은 세월, 겨울만 되면 어깨부터 쫄아서
바들바들 떨며 살았는가.
처음엔 '이게 뭐 어쩌라는 거야' 했는데,
공효진의 "저는 항상 따뜻하고 기분이 좋습니다"라는
고백에 '어머, 저게?' 눈이 휘둥그레졌드랬다.
그리고 눈을 모은 찰나를 놓치지 않고
그들은 말한다.
[얇지만 따뜻하게, 기분좋게],
입어… 보세요….
머리를 울린다.
그리고 친절하게 가격도 알려준다.
당장 사러 갈 것이다.
타겟 소비자층을 잘 사냥해 호감형 모델 공효진을 쓰고.
이야기 형식으로 감성소구를 써 마음을 건드리고.
뭐가 제품인지 궁금하게 만들다 마지막에 가서 정보를 주는,
이런 앙큼한 광고가 마음에 든다.
모호하게 가다가 직설적으로 뱉어버린다.
그것이 누군가의 시선은 잡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필요한 이들이라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 광고를 해 주지 않았더라면
그 많고 많은 유니클로 제품들 중에
'히트테크'가 무슨 기능성인지도 모르고,
그런 라인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광고의 긍정적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느껴지는 추위만큼, 우리의 실제 환경들이
점점 더 살얼음판같이 후덜덜인 만큼
유니클로 히트테크는 더욱 더 빛날 것이다.
그래서 정말 역발상으로 따뜻한 곳에서
제품을 보여주지 않고
밖에서 다 까발리고 보여준 것이다.
보온성을 지닌 기능성 제품을 소개하는데
당연히 따스한 분위기를 연상하며
벽난로와 같이 훈훈한 스튜디오를
연상하기 쉽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행복감을 유발하는
저 유니클로 히트테크가 유독 탐이 나는 것이다.
또한 배경음악까지 합새해 그 차가움을
포근함으로 치환시켜 준다.
심지어 모델에게 입힌 색상은
차가움 그 자체, 파란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입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것은
그 상황과는 전혀 대비되고 아이러니하게 보이는
공효진의 '표정 연기'이다.
'나도 저런 표정 지으면서 겨울을 누리고 싶구나'라는
생각을, 당신은 하지 않겠는가?
모델과 단아한 분위기, 배경음과 나레이션, 그리고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을 정도의 가격을 제시한 현명함까지 -
모두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게 아닌가 싶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병상이다.
그래서 더욱 저 눈 위를 뽀득뽀득 걷고 있는
공효진이, 아니 그 보다 저 히트테크를 입고도
병원 신세를 안질 저 상황이 굉장히 부럽고
당장 인터넷에서 유니클로 온라인 매장을 찾게 만드는 것이다.
간만에 정말 '입고 싶게' 만드는, 아니 정말 '쓸모 있는'
의류가, 그리고 그 광고가 나와줘서 반갑구나.
고마울 정도이니 말이다.
아, 저거
입고 싶다. 히트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