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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 TV광고, 어떻게 만들어질까?
광고회사 '오이스터 컨버세이션' 백만기 실장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TV를 틀면 수없이 나오는 광고. 주목해서 보지 않는 한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던 중 지난 달 지나가는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광고가 있었다. 조금은 보수적인 기자의 눈에 완전히 만족스러운 광고는 아니었지만, 지나가는 발길을 붙잡았고,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몇 번이고 관심 갖고 보게 만들었으며, 또 다시 생각하고 곱씹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분명 효과를 거둔 광고였다. 바로 오리온 마켓오 리얼초콜릿의 '진짜를 꺼내봐'. 궁금하던 차 그 광고를 만든 회사를 찾아보니 대한민국의 큰 광고대행사가 아닌 작은 독립대행사 '오이스터 컨버세이션'이었다. 또한 리얼초콜릿 외에도 새로운 껌의 세계를 선보인 '내츄럴치클', 아이들이 좋아하는 '참붕어빵' 등의 광고를 만들었다. 많은 학생들이 꿈꾸는 직업 중 하나인 광고인의 실제 모습은 어떤지, 또한 작은 독립대행사로서 굵직굵직한 광고를 만들어가는 오이스터 컨버세이션의 힘은 무엇인지 그 뒷얘기를 듣고자 오이스터 컨버세이션의 백만기 실장을 만났다.



방송국 PD를 꿈꾸던 대학생, 카피라이터라는 천직을 만나다

어떻게 광고를 시작하게 됐는지?
처음 꿈은 방송국 PD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걸 너무 좋아해서 그쪽으로 꿈을 꾸게 됐죠. 대학교 4학년이 되면서 언론사 시험을 계속 쳤는데 어떤 것은 1차에서 또 다른 것은 2차에서 떨어지고, 어느덧 공채시기가 다 지나가고 제일기획 등 광고대행사 공채도 다 끝났더군요. 그때가 2월이었는데 마지막으로 남은 회사가 MAPS라는 광고회사로 카피라이터 채용공고였습니다. 카피라이터가 광고 카피를 쓰는 직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건지 잘 몰랐는데, '한번 지원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원서를 넣는데 덜컥 붙었죠. 그래서 시작하게 됐는데 막상 해보니 제 적성에 잘 맞고, 더 잘해보고 싶은 열정이 생기더군요. 그렇게 광고계에 첫발을 들여놓게 됐습니다. 인생이 그런 것 같아요. 왜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도 운명처럼 만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우연처럼 다가왔다가 운명이 되듯이 직업이란 것도 비슷한 것 같아요. 예상하지 못했던 우연으로 만난 카피라이터였지만, 제겐 운명이었던 거죠.

지금까지 만든 광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는?
TBWA KOREA 시절 ‘수녀와 비구니’ 편(2000)으로 시작한 SK텔레콤의 ‘사람과 사람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캠페인과 그 정서를 이어받아 제작한 초코파이 ‘지구와 情을 맺다’ 캠페인(2011)입니다. 두 편의 공통점이라면 사람 냄새나는 광고라는 겁니다. SK텔레콤의 '사람과 사람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의 경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즉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녹였고, 초코파이 ‘지구와 情을 맺다’ 캠페인도 초코파이를 의인화하여 세계 어린이,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를 만나는 초코파이의 마음을 진솔하게 담았습니다. 두 광고 사이에 약 10년이라는 기간이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 사람을 향한 마음을 담은 광고를 좋아하기에 같은 영감으로 친밀하게 표현했습니다. 또한 SK텔레콤의 '사람과 사람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은 아직 대리에 불과했던 제가 처음으로 아이디어 발상부터 기획서를 만들고 SK Telecom에 직접 발표(presentation)까지 했던 광고라서 그런지 더욱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작은 광고대행사가 어떻게 오리온 광고를 수주하게 되었는지?
우리나라 광고시장의 약 90%는 대기업들이 하우스 에이전시(대기업에 소속된 광고대행사)에 광고를 몰아주고, 나머지 10%를 독립 광고대행사들이 치열한 경쟁PT를 통해 수주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하우스 에이전시가 없었던 오리온이 2010년부터 작은 광고회사에게 기회를 주기 시작했고, 운 좋게 그 경쟁 PT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남들과 다른 아이디어로 승부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했고, 그 노력이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지며 지금까지 오리온 제품을 광고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하우스가 아닌 실력 있는 회사에게 기회를 주는 시스템이 더욱 활성화되어, 광고주도 광고회사도 서로 win-win하고, 우리나라 광고수준도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베트남에선 차례상에 올라가고 중국에선 결혼식 답례품으로 선물하는 초코파이

초코파이 ‘지구와 情을 맺다’ 캠페인이 나오게 된 이야기?
한동안 기업PR을 안하던 오리온이 초코파이의 해외활약상을 팩트로 기업PR 광고를 만들어오라는 미션을 주었습니다. 초코파이가 세계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조사하다보니 초코파이는 베트남에선 차례상에 올라가고 중국에선 결혼식 답례품으로 선물할 정도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해외에선 그만큼 귀한 과자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단순히 비싼 과자가 아닌 초코파이에 담긴 '정(情)'이란 의미가 외국에서도 통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구와 情을 맺다'라는 캠페인 콘셉트를 뽑고 단순히 과자가 아닌 지구의 아이들,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맺는, 그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정(情)', '문화콘텐츠'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총 4편의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그 중 2분짜리 광고도 있었는데, 당시 시청자들은 방송사고인 줄 알았다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2분짜리 광고였죠. MBC, SBS 뉴스 전에 총 8개의 광고가 들어가는데 그걸 모두 사서 초코파이 광고를 튼 거죠. 2분짜리 광고를 따로 만든 건 아닙니다. 처음 제작된 3편의 광고를 이용해 다큐 형식으로 만들고 내레이션으로 영화배우 하정우씨가 참여했죠. 그때 당시 '방송사고 아니냐?'는 말도 나왔어요. 앞부분에 초코파이 얘기는 없이 하정우씨 목소리만 들리니 사람들이 이게 뭔가 했던 거죠. 단 두 번 나갔지만, 그렇게 화제가 되었고, 누리꾼들이 여기 저기 블로그로 퍼 나르면서 더 많은 반응을 일으켰죠.



광고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해주신다면?
경쟁PT로 대행사가 결정된 이후에도 일은 치열하게 돌아갑니다. PT를 통해 확정된 콘셉트를 미디어별로 잘 정리해서 TV, 프린트, 온라인 등에 적용합니다. 보통 TV광고가 메인인 경우가 많은데 초코파이의 경우, 베트남, 중국, 티벳 인근 등 현지에서 헌팅과 촬영만 15일 이상이 걸린 블록버스터 프로젝트였습니다. 실감나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 모델도 다 현지에서 일반인들로 직접 캐스팅했죠. '지구와 情을 맺다'라는 카피 자체부터 스케일부터가 크잖아요. 그만큼 세계 곳곳을 다녀와야 했지만, 제작비가 많은 것도 아니기때문에 시베리아, 차마고도 등 일부 지역은 스톡(Stock, 방송국에서 방영된 다큐 중 동영상)을 사서 편집했죠. 촬영 후 보통 2주간의 편집, 녹음 등의 후반과정을 거쳐 방송으로 On-air됩니다.

광고인을 꿈꾸는 특히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픈 조언?
기본적으로 글과 그림에 대한 재능이 있다면, 카피라이터에 대한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광고에 대한 열정입니다. 왜냐면 광고는 문학적인 것이 아니라, 굉장히 상업적인 것이라 단순히 글과 그림을 좋아한다고 해서 광고일에 잘 맞는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죠. 광고일이 어떤 것인지 잘 알아보고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광고가 자신에게 잘 맞아야 카피라이터고, 아트디렉터고 할 수 있고, 광고일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포기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죠.

광고인으로서 앞으로의 꿈?
거창한 광고가 아닌 친근한 광고를 만들고 싶습니다. 광고를 통해 사람들과 편안하게 대화하고 또한 그 광고를 본 사람들끼리 가볍게 수다 떨 수 있는, 그런 소소하지만 진실되고 친밀한 광고요. 그래서 회사 이름에도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 아닌 컨버세이션(Conversation)을 넣었습니다. 또한 광고라는 것이 마케팅과 과학적인 통계로 만들어지기보다 정말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마음을 꿰뚫는 직관과 통찰력으로 성공하는 경우들이 더 많아요. 제가 몸담은 오이스터 컨버세이션도 소비자의 이야기를 담은 크리에이티브로 클라이언트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매직'을 가진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작은 회사나 브랜드라면 기존 시스템과는 달리 광고예산의 융통성을 가지고 광고컨설팅부터 시작해 성공을 쉐어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오이스터 컨버세이션 백만기 실장은? 1995년 MAPS의 카피라이터로 광고계에 입문하여, TBWA KOREA, Lee DDB, Welcomm 등의 카피라이터로 SK텔레콤 ‘사람과 사람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삼성자동차 ‘타보면 다릅니다’, KTF ‘모두의 010’ 캠페인 등을 제작했다. 2005년 광고대행사를 나와, CF 감독과 함께 오이스터 픽쳐스라는 CF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T ‘생각대로’, KT ‘쇼를 하라’, 오리온 초코파이 ‘지구와 情을 맺다’ 캠페인 등에 참여·제작했다. 2011년 광고회사 오이스터 컨버세이션을 설립하고 오리온 마켓오 리얼초콜릿 '진짜를 꺼내봐' 등의 캠페인을 제작했으며, 블로그(blog.naver.com/bmangi)를 통해 재밌고 다양한 광고관련 정보들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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