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한번 쯤 들어봤을 노래. 바로 이온음료인 포카리스웨트가 약 25년 동안 광고에서 쓴 BGM 이다. 또 여자들이라면 한번쯤 음료의 모델인 청순가련한 연예인을 따라 친구와 두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이 노래를 불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배경 음악만이 아니다. 그리스의 푸르고 하얀 집이나 투명할 정도로 파란 바다를 소재로 하여 화면을 채움으로써 이온음료적인 특성을 부각시켰다.
포카리스웨트는 푸른색과 흰색만 보고도, 또 한마디의 멜로디만 듣고도 어떤 상품인지 연상할 수 있는 파급력 있는 광고를 지속적으로 내보내 왔다. 하지만 이게 과연 좋은 효과만을 불러 일으켰을까?
솔직히 필자는 포카리 스웨트 광고를 보면서 약간의 지루함을 느꼈다. 왠지 제품의 특성을 잘 살린 광고를 만들었다기보다는 한번만 봐도 잘 잊혀지지 않게 임팩트있는 백그라운드를 잘 설정하여 대중들이 특정한 자극에 자동으로 제품을 연상하는 조건 반사 형태의 광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속도의 차이가 역사를 바꾼다’는 LTE시대에 이광고의 변함없는 진부한 어필은 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이용하는데 익숙한 소비자에게 예의가 아닌 줄로 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이 음료를 사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신이 만든 음료라 생각할 정도로 좋아하는 콜라 다음으로 많이 손이 가는 것이 바로 포카리 스웨트이다. 심지어 집 앞 슈퍼에 이 음료를 팔지 않아 십분 거리의 마트에 간적도 있으니 말이다.
익숙함이 신선함으로
하지만 이번에 포카리 스웨트는 앞서 말한 필자의 생각을 비웃듯 일침을 가하는 새로운 광고를 내놨다.
카피의 첫 문장부터 정곡을 콕 찌른다.
왜 한 가지 맛을 고집하냐고
왜 꾸밀 줄도 모르냐고
왜 25년 동안 변한 게 하나 없냐고
왜 그렇게 한길만 걸어가냐고
또 그에 대한 답도 친절히 해준다.
당신의 몸이 변하지 않는 한
변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다. 이전과는 다르게 배경음악은 바람 소리 뿐이고, 청순한 소녀는 나오지 않는다. 이 광고가 포카리 스웨트의 것이라는 추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어느새 포카리 스웨트의 색이 되어버린 깨끗한 흰색과 푸른색의 조합이다.
화려한 BGM이 없이도 아니, 오히려 없어서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그동안 포카리 스웨트의 아킬레스건 이었던 변화 없이 끈질긴 생명력을 오히려 강점으로 내세워 사람들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크리에이티브함을 선보였다.
타 광고들의 화려한 색의 향연과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수많은 징글들 사이에서 이러한 ‘무미건조함’이 승자가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수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앞서 말한 LTE시대의 속도에 지친 현대인을 달래주는 그런 광고이기 때문이다. 오늘 안 것이 내일 바뀌어 있고, 저번 달에 새로 산 핸드폰이 다음 달엔 구식이 되어있는 시대에 꾸준히 슈퍼를 지키며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포카리 스웨트를 한 모금 마셨을 때, 어떨까? 사람마다 느끼는 것은 다를테지만 장담하건데 ‘질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포카리 스웨트는 맛과 고유의 스타일을 바꿔 현대인을 만족시키는 대신 광고 하나로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유일한 오아시스가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강하게 어필한다. 그 유명한 핸드폰 광고의 카피에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