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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명: 쿠쿠 정수기
작성자: CHODG

쿠쿠의 맛도 쌓인다.


CUCKOO라는 이름은 어떤 맛일까?

얼마전부터 백설에서는 '맛은 쌓인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그전의 붉은 색 로고도 있었고, 다양한 광고메시지가 집행되곤 했지만, 투박한 옛 마크와 한글로 된 5글자의 말은 백설의 브랜드 가치를 명확하게 드러내 주는 것 같다. 백설에는 엄마의 손맛이라는 신뢰가 가는 맛의 느낌이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음식, 제품과 관련된 브랜드는 그 브랜드를 떠올리면 생각되는 미각적 이미지가 존재한다. 그 이미지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을수록 소비자의 머릿속에는 브랜드 가치로 남아서 강력한 기업의 자산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재정립시키는 일은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새로운 목표의 제시나, 사업확장, 기존 이미지의 약점을 제거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이러한 선택을 하곤한다. 그리고 여기서 기업은 그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할지, 버려야 할지의 고민을 하게 된다. 제일제당은 제당, 조미료회사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CJ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창조했고 성공적으로 소비자의 마음에 자리잡았다. 반면 우리의 쿠쿠는 쿠쿠의 브랜드를 그대로 가지고 정수기 등 주방생활가전 사업으로 확장을 노리고 있다. 누구의 방법이 실패하고 누구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은 알 수 없지만, 하나의 원칙은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놓친채 브랜드를 그대로 가지고 사업확장을 꾀한다면, 성공하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식품과 관련된 브랜드가 놓쳐서는 안되는 점이 바로 미각적 이미지이다.

쿠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밥솥이다. 그 쌀밥의 맛을 떠올려보자. 뜨끈뜨근하고 맛있는 밥... 쿠쿠는 바로 맛있는 밥을 약속하는 브랜드이다. 짜거나 달거나, 시큼하다는 식의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게 밥이다. 밥의 맛이란 그만큼 단순하다. 그러나 음식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밥을 짓는 것이다. 밥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다른 반찬에도 손이 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결국 쿠쿠라는 이름 속에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주방생활가전이라는 이미지가 들어있다. 게다가 그 브랜드 네임에서도 밥 냄새가 물씬 풍기지 않는가? 어쩌면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정수기는 쿠쿠라는 브랜드가 사업확장을 하기 적합한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다.(반면 쿠쿠의 이름을 붙이고 등장하는 가습기나 선풍기는 브랜드 전략을 다시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수기도 CUCKOO여야 하는 이유

그렇게 등장한 쿠쿠 정수기는 원빈이 등장해서 '넌 내 물이야'라는 메시지의 광고를 하면서 눈길을 끄는 데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웠던 점은 쿠쿠라는 브랜드가 주방가전 브랜드의 대표로서 인식 될 한마디가 없다는 느낌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쿠쿠가 아니라 어떤 브랜드라도 저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쿠쿠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광고에서는 왜 쿠쿠여야 하는 지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슬로건 카피가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쿠쿠는 맛있다'는 메시지이다. 정말이지 쿠쿠라는 브랜드를 한마디로 말해주는 단어를 정확하게 짚어냈다. 소비자는 브랜드를 보고 제품을 구매한다. 그리고 그 브랜드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는 제품이 가진 이미지로 그대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쿠쿠가 맛있는 물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다. 쿠쿠라는 이름의 우리 브랜드는 맛있기 때문에!

광고 자체는 깔끔하지만 평범하다. 화산암반수 원리의 물맛필터를 가졌다는 이미지는 제품의 정보이자 쿠쿠만의 차별점의 이유는 될 수 있겠지만, 소비자의 기억에 남을만한 정보는 아니다. 원빈의 이전 광고에서 '넌 내물이야'를 외친 이유가 원빈이 찾는 '내 물'은 내추럴 필터링기술로 물맛을 살렸기 때문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이 광고에서 무의식적으로 남는 한마디는 '쿠쿠는 맛있다'이다. 소비자에게 '왜 그런가'를 설명하는 일은 대리점에 가서 직원에게 들어도 충분하다. 다만, 소비자가 정수기를 사려 할 때, 쿠쿠 대리점으로 발길을 끌게 하는 이유를 광고는 이야기 해야 한다. 그것은 세세한 필터와 기술이 아니라, 브랜드의 신뢰와 이미지이다.


하나만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것은 CUCKOO의 맛.

TV광고는 단가가 다른 매체에 비해서 확연히 높다. 그렇다면, 그 효과도 다른 매체에 비해 높을 수 있게 제작해야 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 수많은 특징 중 하나만을 이야기하라는 것도 그 이유이다. 하나만 기억하기도 소비자는 벅차기 때문에... 하지만 이 광고에서 하나만 기억하라면 그것은 화산암반수 필터가 아니다. 더욱 중요한 한마디는 '쿠쿠는 맛있다'는 브랜드 자산을 높여준 한마디이다.

백설이 말하듯이, 쿠쿠의 맛도 쌓인다. 그렇기에 소비자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그 맛을 버리고 쿠쿠라는 이름을 쓰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하지만, 쿠쿠의 맛을 살릴 수 있다면, 그 이름이 가진 브랜드의 자산을 빌려 새로운 물건을 파는 것은 정말 현명한 선택이다. 물론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은 오롯이 광고인의 몫은 아니다. 하지만, 현명한 선택을 한 제품을 현명하게 파는 방법은 분명 광고인의 몫이다. 서로가 서로의 몫을 다할 때, 좋은 광고는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맛있는 한편의 광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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