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확실히 느낀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지고 너나 할 것 없이 말춤에 열광한다. 싸이의 콘서트 실황을 보면 마치 해외 팝스타의 공연을 보는 것 같다. 당연히 광고주들이 그를 놓칠 리가 없을 것이다. 잘나가는 강남스타일의 인기에 편승하여 자사의 브랜드를 쉽게 홍보하려는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문제는 광고 자체가 너무 비호감이라는 것이다. 이미 싸이와 강남스타일은 LG U+에서 한 번 패러디된 자원이다. 강남스타일을 ‘U+스타일’로 살짝 개사하여 뮤직비디오의 느낌과 흡사하게 만든 그 광고는 처음 한 번은 호기심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이젠 채널을 돌리게 하는 마력을 발산한다. 재미가 없다는 소리다. 싸이와 그의 노래말고는 광고에서 기억나는 점은 단 하나도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런데 컨디션마저 이런 우를 범했다. 이번엔 ‘컨디션스타일’이란다. 하나는 칭찬할 수 있겠다. ‘U+스타일’보다는 노래의 분위기와 훨씬 맞아 떨어진다. 클럽에서 춤추는 사람들, 노래 강남스타일, 그리고 싸이. 궁합이 잘 맞는 소재들의 연결이긴 하다. 그러나 역시 재미는 없다. 김성수가 옆에서 아무리 연기를 해봐야 그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컨디션스타일을 열심히 외치는 싸이만 눈에 들어올 뿐인데, 그마저도 이미 U+스타일에서 경험했던 터라 재미는 느낄 수 없다.
가장 유행하는 컨텐츠를 패러디한 것이 문제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 어쩌면 남들보다 먼저 핫한 소재를 가져온 LG U+와 컨디션을 칭찬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싸이, 그리고 강남스타일이란 노래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컨디션이란 제품이 술 마신 뒤, 혹은 술 마시기 전에 마시는 음료라는 것을 이젠 누구나 알고 있으므로 그 효능에 대해 말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런 걸 말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싸이의, 싸이에 의한 (그러나 ‘싸이를 위한’ 인지는 고려해봐야 될) 광고일 뿐이다. “아, 재밌네!”가 아니라 “아~또 싸이네.” 의 인식만 주고 있다. 애꿎은 싸이만 재미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컨디션의 광고인지, 아니면 잘나가는 싸이를 조금이나마 더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광고인지 알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