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leader로서, 나이키의 대표 브랜드 마케팅은 너무나 강렬하고 일관되기에, 역으로 너무나 진부했다. ‘Just do it’ 이라는, 소비자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뿌리부터 파생된 유사한 의미의 수 많은 슬로건들은 나이키가 보여줄 광고의 내용들에 큰 기대를 하지 않게끔 했다(적어도 나는 그렇다).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을 활용한 광고들을 차치하고서라도, 나이키가 소비자들에게 감성적으로 터치할 소재는 바닥이 들어나 보이는듯했다. 이미 trust mark를 지나 love mark로서 소비자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이 스포츠 브랜드가, 과연 소비자들의 사랑을 유지할 돌파구를 어디서 찾을 것인지를 가늠할 분수령은 나이키가 런던 올림픽을 맞아 보여줄 켐페인이었다.
시점을 낮추다
나이키가 매년 보여줬던 혹은 평소에 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 비추어 봤을 때 ‘올림픽’에서 추출해올 소재는 예상 가능했다. ‘순간을 위한 4년 간의 노력’. ‘땀과 눈물’, ‘인내와 고통’ 등등, 올림픽의 의의를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찾는 이 레파토리는 충분한 클리셰였다. 이 소재를 스포츠 스타의 이면에 존재하는 트레이닝 과정에 버무리면 그 진부함은 더할 나위 없었다.
하지만 나이키가 이번엔 시좌를 일반인들에게로 낮췄다. ‘도전정신’이라는 기본 가치를 ‘위대하다’로 연결하고, 이는 모든 이에게 ‘잠재되어 있다’고 이야기를 풀었다. 이렇게 탄생한 ‘find your greatness’는 사실상 예상을 완벽히 피했다고 할 만큼 기존 컨셉과의 단절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효과를 극대화 된 것은 여러 개의 15초 짜리 단편들로 짧고 강렬하게 스토리텔링 한 것에 기인한다. 위대함은 모든이에게 내제되어 있음을. 또한 ‘점수’, ‘메달’로 도전정신의 위대함을 평가할 수는 없음을. 기존에 스포츠스타의 훈련과 노력에서 일반인의 도전정신을 이끌어내는 방식과 달리, 이번에는 일반인의 도전정신에 내제된 위대함이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에게로 전염된다.
일관됨의 승리
짧고 강렬하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많은 이야기가 보인다. 감동마저 있다. 이번 켐페인은 love mark로서 나이키가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당분간 나아갈 방향을 확실히 제시한 듯 보인다. 괜한 노선변경은 필요치 않았다. 기존에 나이키가 제시하던, ‘스포츠의 자세에서 발견하는 삶의 자세’를 보다 한층 구체화 시켰을 뿐이다. 뛰어 내릴까 말까 긴장한 아이의 어색한 얼굴과 손동작에서, 글러브를 손이 없는 팔뚝에 끼우고 송구를 하는 아이의 외팔에서 나 역시도 발견하게 된다. 광고를 하고 싶다고 결심한 후 하찮고 부끄럽기만 했던 내 아이디어들, 그리고 혼자만의 발버둥이라 생각했던 시간들의 위대함을. 그리고 이 위대함이 자라날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