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소비자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그것도 끊임없이 말이다. 그리고 기업의 일방적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때문에 마케터들은 자사 기업이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소비자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가장 힘든 작업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마케팅의 청렴성은 미덕이 아니라 선택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2년 전 온라인 Merriam-Webster 사전에서 가장 많이 찾은 단어가 ‘청렴성’이었다. 지난해에 실시된 Opinion Research에 의하면 응답자 중 75% 이상이 윤리적인 경영을 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말이다. 또한 Edelman 조사에서도 업계 여론 주도층은 비윤리적 행동으로 인한 신뢰 하락이 고객 행동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조사 결과와 더불어 몇 년 사이 대중 기만죄로 벌금이나 수감형을 받은 기업 간부들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실시에 한 여론 조사에서 1,800명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 중 절반만이 사내에서 윤리적 혹은 비윤리적 행동에 대한 논의가 장려된다고 대답했다.
나머지 회사들은 소비자들이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마케터들에게 신물이 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정신을 차릴지도 모른다. 이제는 청렴성이 폭발 직전인 폭탄을 둘러싼 중요한 대의명분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단순히 기회가 생겼다는 이유로 진실을 호도하는 마케터는 경쟁사나 경기 침체보다 자사 수익이나 명성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거짓 마케팅, 실패로 가는 지름길
최근에 알려진 한 예로 지난 몇 년 동안 거짓 마케팅과 판매 관행을 이유로 제약업계가 낸 벌금이 30억 달러가 넘었던 적이 있었다. 업계 1위를 달리던 의료장비 회사가 자사의 제세동기를 공격적으로 마케팅했었다. 하지만 제품에 치명적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의사들에게 밝히지 않았다고 후에 인정했던 것이다. 그 결과 주가는 폭락했고 결국은 매각되어 재브랜딩됐다.
또 한 예로 한 대형 비디오 대여 체인점은 연체료를 없앤다는 광고를 했다. 하지만 연체료 대신 아예 늦게 반납하는 경우, 그 비디오를 사야 한다는 규정은 광고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이 체인점은 47개 주에서 거짓 마케팅을 했다는 비난에 휩싸였으며, 결국 670,000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물었다. 비난하는 여론이 물밀듯이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한편 한 대형 소매점은 여러 블로그에서 의심스러운 고용 및 직장 규정 위반으로 비난을 받고 있었다. 이에 그 소매점은 전문 블로거들을 몰래 고용해 해당 블로그에서 자사의 편을 들도록 했고, 그 결과 이미 불길이 번지고 있던 PR 참사에 기름을 들이붓는 꼴이 됐다.
젊은 소비자들에게 돈이나 인센티브를 주고 친구들에게 자사 제품을 추천하도록 한 ‘입소문 관리’ 회사 역시 한둘이 아니다. 물론 그런 행위가 불법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 젊은 소비자들이 돈을 받은 사실을 감추도록 종용했다는 데에 있다. 이는 구전마케팅협회의 윤리 규정에 어긋난다.
하지만 법적 유죄 여부는 마케팅에서 중요하지 않다. 마케팅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대중의 인식이다. 마음만 앞선 마케터와 판매원이 선을 넘으면 기업이 지금까지 자랑스럽게 쌓아올린 업적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청렴성이 전제조건이 되지 않는 단지 일상 업무의 배경일 뿐인 마케팅 부서가 너무나도 많다. 청렴성을 마케팅 기획에 포함시켜야 하는 필수적인 기술이라기보다는 진열장에 진열된 상패처럼 여기는 마케팅 부서가 너무나도 많은 것이다.
마케팅 ‘진실도’ 체크
하지만 실제로 청렴성은 매우 실용적인 가치를 지닌다. 전체 마케팅 기획 및 수행 과정에서 청렴성을 실천할 경우 상당한 경쟁 이점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미 밝혀졌다.
제품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에서 청렴성을 실천한 기업을 예로 들자면, Herman Miller 가구 및 사무실 시스템, Kiehl 미용 관리실, Infosys IT, Patagonia 야외 활동복, Johnson & Johnson 건강관리, W. L. Core 산업 제품 및 Trader Joe 식료품점 등이 있다.
자신의 마케팅 프로그램이 청렴성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아래 질문에 답해보도록 한다.
당신은 소비자를 수익원으로 보는가? 아니면 구매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청렴성을 가지고 대우해야 하는 동등한 파트너로 보는가?
친한 친구에게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는가? 당신이 판매하는 제품은 기준을 만족시키는가 아니면 당신의 개인적인 명성이 위험할 정도로 성능이 떨어지는가?
당신은 신뢰도를 구축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가? 당신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법적으로는 합법이지만 본질적으로 소비자를 호도하고 있는가? 시장에서 법은 시대에 뒤처지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터가 원한다면 법망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존재한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기업도 있지만, 신중한 소비자들은 결국에는 이들 기업의 현란한 발동작을 거부할 것이다.
당신은 소비자의 프라이버시를 무차별적으로 침해해 자사 브랜드를 죽이고 있는가? Yankelovich 조사에서 미국인 열 명 중 일곱 명이 광고를 차단하는 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절반 이상은 지나친 마케팅을 하는 제품은 거부한다고 답했다. 청렴성을 바탕으로 하는 마케팅에는 소비자의 프라이버시 존중도 포함된다. 마케팅 메시지를 가지고 무차별적으로 소비자들을 공격하는 것은 돈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의 기업이 청렴한 마케팅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되는지 추적 조사하는 시스템을 마련한 적이 있는가?
또한 기존 고객 및 잠재 고객이 청렴성을 어느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그리고 당신의 기업이 그들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고 있는지 조사해본 적이 있는가? 경쟁사의 주장과 비교했을 때 자사의 주장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 알고 있는가? 완전한 공개 마케팅을 좀 더 강조할 경우 자사의 신뢰도가 향상될 수 있을까? 간략하게 말해서 새로운 종류의 ROI 즉, ‘Return on Integrity(청렴성에 대한 수익률’을 계산해본 적이 있는가?
마케팅 기획의 뼈대를 구성하며 더 높은 고객 충성도와 더 많은 성장 기회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전략이 있어야지만 이들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있다.
청렴성은 앞으로 구매 이유이자 진출 비용이 될 것이다. 이런 시대가 오면 체계적으로 청렴한 마케팅을 하는 기업이 정직을 새로운 선택 원동력으로 취급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상당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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