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음지의 욕망을 드러내다
성과 관련된 서비스는 은밀하게 존재해왔다. 가장 역사가 긴 매춘부터 현대의 포르노 사이트까지 성욕과 이어진 서비스는 끊임없이 이용되어왔다. 그러나 성에 특히 엄격한 한국에서는 이를 일상의 영역에 드러내는 것은 터부시되었다. 따라서 그것은 줄곧 음지에 있었다. 광고 또한 성을 소구로 쓰긴 해도 성과 관련된 제품 및 서비스를 다루는 경우는 국내에선 기껏해야 듀렉스를 비롯한 콘돔광고가 유일했다.
모텔 산업도 신동엽의 붉은 얼굴에서 알 수 있듯 성과 간접적으로 관련된 서비스이다(물론 ‘여기 어때’는 호텔 숙박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긴 한다). 일상에서 모텔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도심에 있는 수많은 모텔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젊은 커플들에게는 문제다. 이러한 니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텔을 입에 올린 산업이나 광고는 이전까지 없었다. 이럴 때 과거에는 남자가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좀 노는 친구 혹은 형에게 추천을 받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러한 광고가 갑자기 등장했을까? 단순히 사회가 이전보다는 성에 관대해졌다는 설명은 부족하다. 대신 모바일이 그 이유이지 않을까?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개인은 손안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 밖이라면 친구가 아니고서야 모텔을 추천받는 모습을 보이길 주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익명성과 맞춤형 서비스가 보장되는 모바일 공간에서는 이러한 욕망이 가감 없이 분출되는 것이다.
산업적 가치가 있는 욕망은 더는 금기의 대상이 아니게 된다. 욕망이 있는 곳엔 돈이 몰리고 그에 맞는 산업이 생긴다. 더욱이 익명이지만 그 욕망이 다수를 대변한다면 그것은 음지에서 양지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 결과 이렇게 모텔을 언급하는 광고가 나오는 것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거침없는 반론
이러한 서비스를 젊은 세대가 쓴다. 이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응은 어떨까? 광고에서 기성세대를 대변하는 신동엽이 말하듯 “요새 애들은…”하면서 혀를 찰 것이다. 20~30대는 이러한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비꼬며 응수할 것이다. 이 광고는 이러한 세대 차이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왜 20~30대는 기성세대의 잔소리를 받아들이지 않는가? 그건 기성세대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들 또한 젊었을 적 젊은 연인과 모텔에서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뜨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고 현재 슬하에 있는 자식이 그 증거일 수 있다. 그래서 젊은 세대는 어른들한테 “아저씨도 갔었잖아요”라고 큰소리치는 것이다. ‘당신들도 썼으면서 우리라고 안 되는 이유가 뭐냐.’ ‘여기어때’는 젊은 세대의 편에서 기성세대에게 뼈있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광고 컨셉에 최적화된 모델
이 광고의 모델은 2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우선 기성세대를 딱딱함을 표현해야 한다. 동시에 마음을 터놓고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이상적인 기성세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만약 전형적인 기성세대가 모델로 나왔다면 어떨까? 광고 후반부에 기성세대가 자신도 모텔을 이용했음을 인정하고 젊은 세대를 지지해도 과연 그것이 젊은 세대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기성세대의 모습일까? 정치 사상, 수저 계급뿐만 세대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 딱딱하면서도 스스로의 모순을 인정하는 어른은 20~30대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그 모습이 부자연스럽고 연출된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신동엽은 이 광고에 가장 적합한 모델인 듯 하다. 신동엽은 40대다. 100세 시대에 40대는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니라 할 수 있지만 그래도 20살의 두 배다. 동시에 그는 평소 성을 소재로 젊은 세대와 소통해왔다. 소위 ‘섹드립’이라는 성적 농담으로 과거에는 방송정지를 받을 만한 내용을 능청스럽게 개그소재로 사용해왔다. 최근에는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세대와 성을 주제로 소통하고 있다. 그래서 신동엽이 모텔 앱을 보며 혀를 차는 동시에 젊은 세대를 지지해도 어색하지가 않다. 신동엽이라면 정말 성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젊은 세대와 터놓고 말할 것 같은 ‘어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