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를 겨냥한 서비스
소개팅을 알선 할 때 남자측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이 "장남이냐 차남이냐"라는 이야기가 있다. 장남(장롱면허남)이냐 차남(차가있는남)이냐를 묻는 암호란다. 요즘에는 이런 웃지 못할 이야기가 다양한 방식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를 두고 지나치게 속물적인 조건이네, 마땅히 갖춰야 할 조건이네 등의 말 또한 많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이렇게 찬반논쟁을 벌일 때, 크리에이터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았다. 렌트카 서비스보다 더 잘게 쪼개어 빌릴 수 있는 자동차 쉐어링 서비스를 고안한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며 그 가치로 이익을 창출하는 크리에이터의 도전정신 덕분에 꽤 괜찮은 서비스가 탄생했다.
그린카의 경우 이 문제를 '남자가 차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보지 않고, '여성들이 차를 필요로 한다.'는 문제로 보았다. 데이트를 할 때, 남자가 느끼는 피로도보다 여자가 느끼는 피로도가 높다고 하니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면 100km행군으로 다져진 남자도 피곤한데, 너희는 얼마나 피곤할까...) 그린카를 비롯한 카쉐어링 서비스는 이런 인사이트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그리고 이 광고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과정을 통해 인사이트를 명확하게 집어내었다.
서비스의 본질을 잘 전달한 광고
광고의 시작은 뜬금없다. 갑자기 왠 여성 모델이 서 있다. 폼새가 섹시해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듯 하며, 히치하이킹을 하는 것도 같다. 이게 뭔가 싶을 때, 차량들이 '삐빅!'하며 반응한다. 폼새가 마치 남성을 유혹하거나, 히치하이킹을 하는 것 같지만 이내 차량에 리모콘을 사용하는 자세임이 드러난다. 여기서 카피 "이제 차 없는 남자, 차 없는 여자가 없어집니다"가 메시지를 명확히 하며, 여자 모델의 행동을 이해하게 한다. 시선을 끌고 호기심을 갖게 한 뒤 이해를 시켜주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구조가 전형적인 광고의 형식이다. 컨셉이 명확한 제품에 대한 광고이기 때문에 메시지 전달을 위한 포맷도 명확하게 떨어진다. 스토리텔링이 대세이기는 하지만 불필요한 스토리가 없어도 한 번에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린카 서비스 자체가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고인이라면 이정도 인사이트와 아이디어는 시스템을 보는 순간 깨닳았을 것이다. 나아가 '이 서비스를 원하는 여자가 많다는 것은 알겠지만, 결재는 그들이 아니라 그들의 남자친구가 하겠구나!'라는 통찰도 얻었을 것이다. 데이트를 할 때 더 힘든 쪽은 여성일지라도, 직접 차를 빌려서 운전을 하기보다는 남자친구에게 "이런 서비스가 있더라~"하는 힌트를 줄 것이고, 그를 들은 남자들이 서비스를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석을 마치고 나니 왜 모델이 여성일지, 카피에 차없는남자와 차없는여자가 동시에 등장하는지, 여성모델은 왜 서비스와 1도 상관없는 섹시함을 어필하는지 이해가 됐다.
다르고 싶은 그린카, 다른걸 원하는 고객을 겨냥하다
사실 우리나라의 카쉐어링 서비스는 아직 한계가 있다. 라이벌 브랜드인 쏘카도 마찬가지고, 그린카도 마찬가지다. 고객과 고객의 공유형태의 쉐어링이 아니라, 기업과 고객들의 공유형태인 쉐어링이기 때문이다. 쉐어링이라고 하기에도 뭐하고 렌트카라고 하기에도 뭐하다. 하지만 그린카는 이 경계를 법적으로 분리시키는데 성공하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문화적으로 그린카 서비스를 렌트카 계열에서 분리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전 버전의 광고에서도 "제 차예요 한 시간만"이라는 카피를 사용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시도는 고객의 니즈도 꿰뚫었다. 사실 고객들도 복잡한 계약서와 까다로운 절차,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시간 등 불편함이 많았던 렌트카 서비스보다 내 차처럼 편안하게 사용할 서비스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 브랜드의 카쉐어링 광고는 복잡함이 싫어 카쉐어링을 하는 사람들에게 복잡하게 설명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다.(카피의 50%가 사용법 설명이었으니 말 다했다.) 이와달리 그린카는 타 브랜드의 노력과 달리(혹은 그 덕분에 편하게) 브랜드 자체를 광고하는데 비중을 둘 수 있었다. "5천만의 마이카 그린카"라는 센스 있는 카피도 이런 여유가 뒷받침 되었기에 사용될 수 있었다.
그린카 서비스의 본질은 "언제"와 "어디"에 있다. 원하는 장소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린카 앱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내 차죠"라는 카피는 서비스를 전반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화룡점정급 카피라고 할 수 있겠다. 전체적인 모습이 지나치게 평범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한 번이라도 광고를 본다면 서비스의 본질과 브랜드가 쉽게 이해된다. 사실 딱히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는 아니다. 그렇다고 뭔가 사회적 이슈를 확실하게 꿰뚫고 있지도 못하다. 그저 한 번, 두 번 지나가다보면 뇌리에 박혀 구매하게 되는 강력한 효과만 있을 뿐이다. 조금 포장하자면, 화려하지는 못하지만 그 맛이 깊고 담백해 잊어지지 않는 모습의 광고라고 할 수 있겠다.